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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파일럿이 되기 위해 겪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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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파일럿 도전기-128] 파일럿 공부를 하고 비행 준비를 하다보면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곤 한다. 때로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본인이 휘둘릴 때도 많고, 때로는 내부적 요인에 의해 좌절하고 크게 낙담할 때도 많다. 사실 비행뿐이랴. 공무원 준비, 고시 준비, 수능 준비 등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긴 하다. 이번 화에서는 평범한 사람이 제트기를 몰기까지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대표적 난관에 대해 논해보려 한다.

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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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기다림

평범한 장삼이사가 보잉이나 에어버스 비행기를 몰고 싶다고 바로 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그라운드 스쿨(Ground School)에 들어가 비행 및 기초 물리, 기상학 등을 몇 달 동안 배워야 한다. 그리고 나서는 보통 세스나(Cessna)로 대표되는 경비행기 조종을 해야 한다.

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항공사 기준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대한항공에서 요구하는 신입 부기장의 최소 비행시간은 1000시간이다. 말이 1000시간이지 순수하게 비행으로만 1000시간을 채우려면 정말 몇 년 동안 똑같은 비행기를 타면서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이 과정 동안 소요되는 기회비용들이 있다. 만약 이 일을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했을 때 비용 말이다. 주위에 삼성전자를 다니다가 접고 이 길에 뛰어든 지인이 있었는데 당시 그의 연봉은 거의 8000만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달에 최저임금을 근근이 받으면서 비행교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죽을 듯이 노력해서 1000시간을 채웠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대한항공에서 바로 이 사람을 뽑아줄까. 그건 아니다. 공군 출신 전역 조종사, 다른 비행학교에서 공부한 학생들, 예전에 공부했지만 아쉽게 지난해 떨어져서 올해 또 도전하는 재수생들과 같이 경쟁을 해야 한다.

조종사가 부족하다는 뉴스가 많이 나오지만 부족한 것은 능력 좋고 경험 많은 경력 기장이지, 미숙하고 회사에서 한동안 챙겨줘야 하는 신입 부기장이 아니다. 경력 같은 신입을 원하는 현상은 조종사라고 다를 게 없다.

내가 필사적인만큼 내 경쟁자들도 필사적이다. 오히려 더 절박할지도 모른다. 인생은 상대적인 것이니깐. 만약 경쟁에서 밀리면? 시간은 흐르고 나이는 먹고 돈은 없고 인생이 그때부터 꼬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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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의 궁핍함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돈 문제일지 모른다. 금수저로 태어나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두 지원을 받으면서 몇억 원에 이르는 학비와 생활비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평범한 사람이라면 빨리빨리 공부해서 한번에 에어라인 조종사가 되지 않으면 재정 압박이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한번에 모든 코스를 다 통과해서 취직까지 단번에 성공하는 사람 비율이 얼마나 되겠는가. 비행이 좋아서 혹은 제복이 멋져 보여서 가지각색 이유로 조종사 시장에 뛰어들지만 점점 사람은 많아지고 그러면서 적체가 돼가고 모아놓았던 돈이 다 떨어져가면 현실적인 우울함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알다시피 파일럿이 되는 데는 수 억 원이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 돈을 안 쓰고 파일럿이 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때 공군사관학교를 들어가 조종 특기를 받거나 조종 장학생또는 조종 ROTC 등 대학에서 공군으로 들어가서 비행기를 모는 방법밖에 없다.

주위에서 정말 눈물겨운 케이스를 많이 본다. 필자가 아는 한 지인은 4년 전에 시작해 비행 시간이 이미 1000시간을 넘겼지만 아쉽게 현재까지 에어라인에 취직이 안 된 상태다. 이미 결혼한 뒤 자녀까지 있는데 일이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아 부인이 주말마다 알바를 하고 본인도 대리기사나 택배 알바 등 투잡을 뛰고 있다. "힘들지. 잠을 단 몇 시간이라도 푹 자보는 것이 소원이야. 애기 분윳값이라도 벌어야 해." 가장 최근에 들은 그의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밖에 없기에, 비행을 사랑하기에, 하늘 위에서 비행할 때마다 그게 좋아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 많다. 모두가 금수저일 수가 없고 모두가 원하는 에어라인에 취직을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Flying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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