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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세 건의 유체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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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설렁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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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누가 하느냐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다른 의미와 무게를 지닌다. 여기서 잠깐! <한겨레21>의 뜬금없고 생뚱맞은 깜짝 퀴즈! 다음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맞히시오.

1번 문제. “(10월15일 남북 축구 경기 무관중·무중계 관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매우 아쉽고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한 말일까? 중계를 기다렸던 축구팬들이 한 말일까? 정답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다. 10월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 장관은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남북 남자대표 축구 경기가 무관중·무중계 속에 치러진 것에 대해 “북한이 중계권료와 입장권료를 포기한 결과인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듯하다. 남북관계 소강 국면을 반영했고, (남쪽) 응원단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성 조치를 한 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와 북한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 때문에 통일부의 운신 폭이 넓지 않았던 것을 고려해야 하지만, 결국 이번 일의 책임은 정부로 향할 수밖에 없다. 축구 한 경기를 떠나 그동안 공들여 개선해온 남북관계가 어느새 냉각된 현실이 이번에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2번 문제. “도로공사 톨게이트 노조의 수납원들이 (농성 등 투쟁을) 하지만, 톨게이트 수납원이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느냐.” 역시 만만치 않다. 답은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경제·경영학 교수?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 모두 땡! 정답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월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2시간 노동제의 보완책으로 탄력근로제 확대가 추진되는 데 대해 노동계가 반발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개별 회사가 해결할 수 없는 큰 도전이 오는 것에 대해서 이것은 노와 사가 합심하지 않으면 감당을 못한다”며 이같이 이야기했다.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 취지는 산업환경이 변하고 있으니 노동계도 시대 흐름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로공사가 대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고 톨게이트 노동자 전원을 직접고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발언은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톨게이트 수납원이 없어지는 직업’이라면 이들을 끌어안아야 할 주체는 누구일까?

3번 문제. “터키가 시리아로 들어간다면 그것은 터키와 시리아 사이의 일이다.” 터키 대통령의 말일까? 정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16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이슬람국가(IS) 격퇴에 협력해온 시리아 쿠르드족을 배신해 터키의 공격을 받도록 내몰았다는 비난에 이같이 응수했다. 현재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침공으로 사상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쿠르드족은 천사가 아니다”는 말도 했다. 현지 분쟁에 깊숙이 개입해온 미군이 철수하며 벌어진 전쟁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니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책임 있는 사람들이 말로 책임을 미룰수록 국민의 마음은 답답하다. <한겨레21> ‘깜짝 퀴즈’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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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블라

10월 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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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은 부마항쟁 기념일이다. 1979년 10월 부마(부산·마산)에서 일어난 항쟁은 박정희 독재정권을 직간접적으로 붕괴시켰다. 대통령에게 긴급조치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간접선거로 뽑는 ‘대통령의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유신헌법(1972년)을 개정하면서 권력을 연장하고 있던 18년 군부 독재의 말로였다. 인권 말살과 민생 위반이 독재정권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부마항쟁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독재자를 향한 방아쇠를 당기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재규가 이후 사형을 선고받은 재판정에서 한 말대로 “체제에 대한 반대, 조세에 대한 저항, 물가고에 대한 저항, 정부에 대한 불신 이런 것이 전부 작용을 해서 (부마항쟁이 일어난 것이라고) 그대로 각하에게 보고”했지만(JTBC 보도), 독재자가 듣고 싶은 말은 ‘김영삼 의원 제명으로 인한 지역감정’이라는 보안사의 보고였다.

10월16일 부산에서 대학생들이 ‘유신정권 물러가라’ ‘정치탄압 중단하라’를 외치며 시위를 시작해 이틀 뒤 마산 지역까지 시위가 확산됐다. 독재정권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20일 군을 출동시켜 민간인 59명을 군사재판에 회부했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은 부마항쟁 40주년 기념식이 열린 마산 경남대학교에서 “유신독재의 가혹한 폭력으로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 모두에게 대통령으로서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1946년 10월 대구에서 식량난으로 시작된 미군정하의 항쟁도 ‘10월 항쟁’으로 역사책에 기록돼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두고 극한의 대립을 펼치던 자유한국당은 조국 전 장관이 사퇴를 발표한 뒤에 ‘10월 항쟁’을 선언했다. “정권 몰락과 국민 심판이 두려운 나머지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한 것”이라며 “정권의 폭주를 막아세워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시작된 게 10월 항쟁”이라고 말했다. 같은 ‘10월 항쟁’이라는데 그 절박했던 40년 전, 73년 전에 비하면 이들의 ‘절박함’은 얼마나 초라한가.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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