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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도박신고에 경찰 `안이한 대응`…불법체류 베트남인 현장서 2명 도주하고 사망자도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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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에 외국인 수십명이 도박을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충돌한 경찰이 '안이한 대응'으로 인명피해는 물론 현장에서 불법체류자 2명을 놓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18일 오전 4시15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한 빌라 3층에서 베트남인 40명이 도박을 한다는 신고가 경찰 112로 접수됐다. 당시 신고자는 이들의 정확한 주소와 인원, 1억원의 판돈이 오간다는 등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접수됐다. 그러나 이같은 신고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인근 지구대 인원과 형사 등 경찰관 5명만 현장으로 출동시켰다. 현장에 40명의 도박 용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도 고작 5명만 경찰인력만 출동을 한 것이다.

현장에 도착해서도 경찰의 대응은 안이했다. 출동한 경찰관은 도주로 확보를 제대로 하지 않고, 빌라 3층 현장에 초인종을 누르고 약 5분간 안에서 문을 열어줄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경찰이 집안으로 들어가자 안에는 베트남인 등 18명이 있었으나 이미 베트남 국적의 불법 체류자 A(29·여)씨와 B(45)씨가 뒤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후였다. 이로 인해 A씨가 숨지고, B씨는 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당시 베란다에 매달려 있던 다른 불법 체류자 2명은 경찰에 구조됐으나 이들마저 현장의 혼란한 틈을 타 달아났다. 경찰이 출동인력부터 현장의 도주로 확보에 미숙하게 대응하면서 인명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고 불법체류자까지 현장에서 놓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경찰이 급습할 당시 현장에는 한국인 1명과 베트남인 9명,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한국인 8명 등 총 18명이 있었다. 이중 불법 체류자는 사망한 A씨를 포함해 4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는 화투나 카드 게임 등 도박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망한 A씨의 가방에 현금 200만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베트남 등 용의자들은 "동료가 베트남으로 출국키로 하면서 축하파티를 열었지 도박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신고가 일상적으로 부풀려 신고되는 경우가 많아 출동인원이 적었고 이후 다른 신고건을 처리한 다른 경찰관 2명이 현장에 이후에 도착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달아난 불법체류자 2명을 추적하는 한편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중이다.

지난 2010년 12월에도 경남 김해시 상동면의 한 중소기업 기숙사에서 경남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베트남인들의 불법도박 현장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불법체류자 베트남인 2명이 창문을 넘어 달아나다 깊이 2m 가량의 하천에 빠져 숨지기도 했다. 당시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창원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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