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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족자카르타의 명물 숯 커피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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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달궈진 숯을 커피에 담가 마시는 족자카르타의 명물 숯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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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아시아-40] "지구촌 최대 섬나라이자 무슬림(이슬람 신자)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국가는?"

정답은 인도네시아이다. 최근 한국과의 정서적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핵심 멤버인 인도네시아를 묘사하는 특징으로 다문화가 우선 꼽힌다. 바로 인도네시아가 1만7000여 개 섬으로 이뤄진 1개 나라에서 300여 개 인종이 700여 개 언어를 사용하는 다인종, 다언어 국가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다양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지역으로 흔히 자바섬 중부에 위치한 족자카르타(Jogjakarta)가 언급된다. 족자카르타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나 다름없는 한국의 경주와 닮은꼴의 역사와 문화의 고장으로 이름이 높다.

인구 60여만명의 족자카르타는 수도 자카르타 및 수마트라섬 북부의 아체와 더불어 인도네시아의 3개 특별 자치구 중 한 곳이다. 그래서 주지사인 술탄(왕)이 여전히 외교, 국방, 통화 정책 등을 제외한 광범위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에 항복했던 1945년 8월 술탄이었던 하멩쿠부워노(Hamengkubuwono) 9세가 족자카르타 왕국이 인도네시아 공화국의 일부임을 천명하고, 인도네시아의 독립 선언을 인정하지 않았던 네덜란드에 맞서 싸우는데 동참하면서 보장받은 권리이다. 실제 배낭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시내 중심부의 말리오보로 거리 인근에서는 현 술탄인 하멩쿠부워노 10세가 거주하는 왕궁 일부를 둘러볼 수 있다.

족자카르타의 명성을 나라 밖으로 알린 일등공신은 풍부한 문화 유산이다. 특히 보로부두르 사원(Candi Borobudur)과 프람바난 사원(Candi Prambanan)은 족자카르타의 대명사나 마찬가지이다. 족자카르타 북쪽에 들어선 석조 건축물인 보로부두르 사원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다. 9세기 초 설립된 뒤 화산재 등에 묻혀 있다가 1814년 영국 총독에 의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10개 층을 이룬 탑들이 신비감을 더하는 피라미드형 구조와 부처의 가르침을 속삭이는 벽을 가득 메운 조각들이 감탄을 자아내는 세계 최대 불교 사원이다. 1991년 보로부두르 사원과 나란히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프람바난 사원은 족자카르타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9세기 중반에 세워진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 사원이다. 화산 폭발, 지진 등으로 인한 피해를 복원하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웅장함과 정교함이 조화를 이룬 구조미는 백미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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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궈진 숯을 커피에 담가 마시는 족자카르타의 명물 숯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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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도 배낭 여행지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족자카르타의 매력은 풍부한 문화 유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바의 정신을 상징하는 족자카르타의 전통 음식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역색이 강하기로 유명한 족자카르타의 향토 요리 가운데에서도 단연 1순위로 대접받는 구득(Gudeg), 경주의 명물인 황남빵이 떠올려지는 특산품 박피아(Bakpia)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숯 커피는 인도네시아의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통로에 비유되는 길거리 음식이다. 달궈진 숯을 뜨거운 커피에 담가 마시는 고유의 전통이 1950년대부터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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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부터 늦은 밤까지 족자카르타 기차역 주변에는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한껏 달궈진 숯을 커피에 담글 때 나는 소리에서 유래했다는 '조스 커피(Kopi Joss)' 상호의 가게들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특히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는 테이블과 의자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길거리 식당에 빈자리를 구경하기 어려울 만큼 숯 커피를 마시려는 현지인들로 북적인다. 지난 8월 족자카르타 여행길에 호기심 가득 처음 접해 본 4000루피아(약 330원) 가격의 숯 커피에서는 흙 맛에 더해 약한 캐러멜향도 느껴졌다. 족자카르타의 명문대학인 가자마자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카페인을 일부 흡수하는 숯 덕분에 조스 커피가 보통의 커피보다 건강에 덜 해롭다고도 전한다.

[방정환 아세안비즈니스센터 이사/'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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