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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검찰에 "사건기록을 (피고인 측에) 주지 못하는 구체적 이유를 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는 18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날 재판은 정 교수가 출석하지 않은 채 수사기록의 열람·복사와 관련한 논의만 진행한 뒤 약 15분 만에 종료됐습니다.
검찰은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로 지난달 9일 정 교수를 기소했지만, 공범 수사가 진행된다는 이유로 수사기록의 열람·복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정 교수 측은 기록의 열람·복사를 허용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한 상태입니다.
재판부는 정 교수와 검찰이 모두 기일 변경을 신청했음에도 기록의 열람·복사 신청 관련한 의견을 듣기 위해 당초 예정대로 이날 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이날도 정 교수 측은 "공소 제기한 지 40여일이 지났다"며 "공범 수사에 대한 우려는 검찰이 져야 할 부담이지 그 때문에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장애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공범 등 관련 수사에 중대한 장애가 초래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신속히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보통의 경우와 달리 기록의 복사가 전혀 안 됐다고 하니, 새로운 상황이 있지 않은 한 피고인의 신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검찰을 향해 "전체를 다 복사해주지 않고, 복사해주지 않는 이유를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기소가 됐으면 당연히 재판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검찰이 목록만큼은 제대로 변호인에게 제공하고, 조서 중 어떤 부분이 수사와 어떻게 관련이 있어서 복사해줄 수 없다고 구체적인 이유를 밝혀야 한다"며 "그런 게 없는 경우에는 다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2주 내에 이와 같은 절차를 진행한 뒤 변호인이 신청한 내용에 대해 판단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변호인이 증거에 대한 의견을 정리할 시간을 갖도록 내달 15일 오전 11시에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습니다.
정 교수 측 변호인 김칠준(59·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는 이날 첫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장관 부인이기 이전에 시민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인권이 수사·재판과정에서 어떻게 보장돼야 할지 밝혀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준영 변호사 등과 8차 화성연쇄살인사건 재심을 준비중인 김 변호사는 최근 정 교수 측 변호인단에 합류했습니다.
그는 과거 2·4·5·7차 화성 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의 변호를 맡아 무죄를 이끌어냈습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한다고 했는데 인권감수성이 살아 숨쉬는 수사과정이었는지,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었는지, 스마트한 검찰로 나아갔는지 전 과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떠한 이유로라도 시민의 인권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며 "진실을 규명하면서 억울함 없게 (변호해야) 하지만 인권 원칙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정국 기자(jungkoo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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