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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한국당 의원들, ‘탄핵의 추억’ 잊혀질까 [황용호의 一筆揮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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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성 62명 명단에 비례대표 6명 포함” / “친박, 바른미래당 탈당파 속고대죄 후 복당해야” / “비박, 반기문 집권했으면 친박 사라졌을 것”

세계일보

2017년 8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탄핵을 놓고 잘잘못을 따지면 ‘탄핵의 강’에 빠져 죽는다.”

자유한국당 비박(박근혜계) 중진 의원은 18일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한국당과의 통합조건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제안한데 대한 개인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 친박과 비박 의원들은 국정감사 중인데도 유 의원이 던진 ‘탄핵의 강’ 화두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양측은 탄핵을 묻어 두고 가야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바른미래당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에 대해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친박 의원들은 탈당파 의원들이 복당에 앞서 반성문 쓰고 석고대죄해야한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일부는 탈당파 의원들이 복당하면 한국당 지지자 중 적지 않은 세력이 우리공화당으로 이탈 할 것으로 우려하며 그들의 복당이 한국당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반면 비박 의원들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보수가 뭉쳐야한다”는 논리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집권했으면 친박은 역사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라며 친박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한 친박 의원은 “탈당파 의원들이 복당 전에 반성문 쓰고 석고대죄해야한다”며 “그분들이 오면 한국당지지 세력 가운데 일부는 우리공화당으로 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은 한국당에 엄청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친박 의원은 “그들이 저지른 탄핵이 옳았으니 한국당은 그것을 인정하라는데 말이 되느냐”며 “반성문은커녕 입당하면 안 된다”고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에 비박 한 의원은 “보수통합을 가로 막고 있는 탄핵을 이제 넘고 가야한다”며 “탄핵을 놓고 옥신각신하면 결국 탄핵의 강에 빠져 죽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탄핵 얘기를 안 꺼내는 것이 정답”이라며 “바른미래당 탈당파 의원들은 친박 의원들이 탄핵을 문제 삼지 않으면 통합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친박과 비박이 탄핵을 놓고 이처럼 감정의 골이 깊은 이유는 뭘까.

2016년 11월1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비박 의원이 주로 참석한 ‘비상시국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당 고위직을 지낸 비박 한 중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의원들은 이날 비상시국회의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국정을 농단시킨 사건에서 방조자가 돼버렸다’ ‘우리는 군주시대를 살았다. 박근혜 여왕 밑에서 충실한 새누리당의 신하들만 있었을 뿐’”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모 전직 의원은 “제 두 딸은 아버지를 닮아 보수적인데, 제게 말하길 ‘아빠, 그 거지같은 새누리당 떠나면 안되나’고 하더라”고 말했다.

당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이런 분위기는 한 달 뒤 12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어졌다. 국회 재적 의원 300명 중 299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34표, 반대 56표, 무효 7표, 기권 2표로 탄핵안은 가결됐다.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야 3당 소속과 무소속 의원 172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새누리당 의원 128명 중 62명이 찬성했다는 계산이다. 표결에 앞서 이날 오전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에서 탄핵 찬성투표를 결의한 비박계 의원 33명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12명 등 45명 외에 친박 20여명이 찬성쪽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탄핵 찬성파 33명은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탈당한 33명 중 24명은 대선 전후로 한국당에 복당했고, 8명은 현재 바른미래당에, 나머지 1명은 무소속으로 남아 있다.

‘새누리당 탄핵 찬성 의원 62명의 명단’에는 한국당 현 지도부 일부와 박 전 대통령 공천으로 국회에 진출한 비례대표 의원 6명이 포함됐다.

영남지역 한 초선 의원은 “탄핵은 덮고 가야한다”며 “탄핵을 거론하면 또 갈라져서 싸워야하며 그것을 수습할 능력자가 현재 당내에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막아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고 말했다. ‘탄핵의 추억’이 잊혀지지 않지만 총선 승리가 급선무라는 뜻이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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