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2 (토)

전체주의 독재에 맞선 중국의 양심…'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옌롄커를 세계에 알린 대표작 3판 출간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세계 현대사에서 가장 잔혹한 정치적 반대파 숙청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사회주의 독재와 전체주의 광기로 수많은 국민이 희생된 비극이기도 하다. 1966년부터 10년간 '홍위병'을 앞세운 야만적 숙청은 중국 측 통계로만 17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대학살로 이어졌다. 서방 학계에서는 여러 정황으로 분석할 때 수천만 명이 죽었을 거라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하지만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인 중국 정부는 현재까지도 이러한 대학살과 야만의 시대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 민간에서도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찾기는 어렵다. 지금까지도 중국은 언론을 통제하고 마오이즘과 사회주의에 대한 전면 비판을 사실상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극소수 '양심'은 존재한다. 해마다 아시아권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옌롄커(閻連科)는 '중국의 양심'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특히 옌롄커의 대표 장편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문화대혁명을 풍자하고 마오쩌둥(毛澤東) 정치 이념과 사회주의 오류를 문학과 에로티시즘이란 장치를 통해 비판하고 해부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마오이즘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마오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2005년 봄 출간 즉시 '금서'로 지정돼 초판이 전량 회수됐다. 이미 상당 부분 삭제된 채 격월간 문예지에 발표한 것인데도 당국은 회수는 물론 출판, 홍보, 비평 등을 모두 금지한다.

그러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못 외치게 하면 더 입을 열고 싶은 게 인간 본성이다. 중국 정부의 이런 탄압은 오히려 독자들의 호기심을 증폭해 해적판을 온라인으로 돌려보는 일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리고 서방을 비롯한 외국에서도 필독서로 떠올랐다.

제목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마오 시절 중국에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성역과 같은 금언이었다. 이 말에 항거하는 자에겐 무자비한 고통만 기다릴 뿐이었다.

그러나 옌롄커는 지금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처럼 '무오류의 신적 존재'인 마오의 숭고한 교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세속적 욕망으로 풍자하는 '불경죄'를 저질렀다.

연합뉴스


문화대혁명 당시 중공군 한 사단장은 성 불능으로 인한 불화로 이혼한 후 이런 사실을 감추고 다시 젊은 간호사 출신 여성 류롄과 결혼한다. 하지만 당연히 결혼 생활은 순조롭지 못하다.

마침 젊은 당번병이 관사에 파견돼 오자 성적 불만에 가득 찬 '사모님' 류롄은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다. 당번병에게 매일 몸을 씻는지 물어본 뒤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새겨진 팻말이 식탁 위에 없으면 내가 시킬 일이 있으니 위층으로 올라오라는 뜻이라는 걸 잊지 마"라고 말한다.

물론 사모님이 당번병에게 요구한 '복무'는 성적 복무다. 사회주의 혁명 대의를 완수하고자 선봉에 선 중공군 수뇌부에 복무하는 것이 곧 인민을 위한 복무임을 사모님은 은연중 강조한다.

작가는 이런 풍자적 구조를 통해 문화대혁명의 집단적 광기와 인민 수탈을 폭로한다. 하지만 분노에 찬 직설적 기법보다는 성적 행위를 낭만적 수사로 풀어냄으로써 문학적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웅진지식하우스가 세 번째로 다시 출간한 이 책은 초판 표지를 되살리고 양장본으로 만들어 소장 가치를 높였다. 작가 연보도 최신 정보를 반영했다.

연합뉴스

옌롄커
연합뉴스 자료사진



lesli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