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우 이적·이동경 입대…엄원상 탈장·주민규 부진 '악재 극복'
고승범 '헌신 플레이+36라운드 결승골 도움'…우승 밑거름
골 환호하는 주민규-이청용 |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악재 극복!'
프로축구 K리그 무대에서 역대 세 번째로 정규리그 3연패 달성의 역사를 완성한 울산 HD의 '2024년'은 말 그대로 시련과 극복의 쌍곡선 그래프였다.
지난해 K리그1 2연패의 대업을 달성한 울산은 올 시즌을 시작하며 3연패 도전의 과제로 '스피드업'을 강조했다.
새 시즌을 대비해 일본에서 활약한 베테랑 중앙 수비수 황석호와 왼쪽 풀백 심상민을 비롯해 미드필더 자원인 고승범과 김민우를 합류시켜 중원과 뒷문 강화에 힘을 썼다.
특히 울산은 지는 경기에서 템포는 물론 공수 전환까지 느려지는 나쁜 습관을 버리기 위해 겨울 전지훈련 동안 큰 노력을 기울였다.
울산 홈구장 떠나는 홍명보 감독 |
◇ 홍명보 감독·설영우·이동경과의 작별…흔들린 울산
출발은 좋았다. 개막 2연승 이후 3경기 연속 무승(2무 1패)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무승은 3경기까지!'라는 팀 컬러에 부합하게 6~10라운드에서 5연승 행진을 펼치며 순조롭게 선두 질주를 이어갔다.
5월에 2연패를 당하기도 했지만 14~19라운드에서 4승 2무의 무패행진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 와중에 오른쪽 풀백인 설영우가 6월 유럽 무대 도전에 나서면서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로 이적하고, 그에 앞서 지난 4월엔 이동경이 입대하며 김천 상무로 떠나는 악재로 전력에 조금씩 누수가 생겼다.
이런 가운데 울산은 지난 7월 7일 홍명보 감독이 축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겨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21년 울산을 맡아 첫 시즌 준우승을 지휘한 뒤 2022년과 2023년 K리그1 2연패를 달성하며 울산의 '명가 재건'을 완성한 홍 감독의 지휘봉 반납은 큰 위기로 다가왔다.
울산은 이경수 수석코치 대행 체제로 들어갔지만 흔들림이 역력했다. 홍 감독이 떠나고 치른 4경기에서 1승 3패로 부진했고, 팀 순위도 4위로 추락했다.
더군다나 '핵심 윙어' 엄원상이 스포츠 탈장으로 9월부터 전열에서 제외되는 악재에, 지난해 득점왕을 차지한 주민규는 지난 7월 8호골을 터트린 이후 3개월 동안 골 갈증에 시달리다 10월 27일 포항을 상대로 힘겹게 9호골을 터트리는 부진마저 겹치며 울산은 고비와 자주 마주했다.
김판곤 감독과 기뻐하는 주민규 |
◇ 김판곤 감독의 합류…도장 깨기 & 반등
홍콩과 말레이시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정작 K리그 무대에서는 지도자 경력이 짧았던 김판곤 감독을 놓고 팬들은 의문 부호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도장 깨기'에 나선 도전자의 심정으로 K리그1 무대에 뛰어들었다.
물론 출발은 쉽지 않았다. 8월 10일 대구FC와 26라운드 홍 경기에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 김 감독은 상대 자책골로 승리를 따냈지만 이어진 수원FC와 27라운드에서는 1-2로 무릎을 꿇으며 첫 패배를 맛봤다.
'공격적인 수비'를 강조한 김판곤 감독이 선수들에게 보여준 신뢰는 곧바로 성적으로 나타났다.
김 감독은 광주FC와 포항 스틸러스와의 28~29라운드에서 첫 연승을 맛봤고, 이어진 '난적' 강원FC와 30라운드 2-0 승리를 통해 3연승과 더불어 1위 탈환의 기쁨을 누렸다.
울산은 강원과의 30라운드 승리를 3연패 달성의 '터닝 포인트'로 생각한다.
특히 강원전에서 선제 결승골의 주인공이 강윤구였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백업 공격수 자원인 강윤구는 지난 5월 1일 대구전에서 시즌 1호골을 넣은 뒤 침묵하다가 팀의 득점이 가장 필요한 강원전에서 자신의 시즌 2호골을 터트리며 김판곤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고승범 '슛' |
◇ '언성 히어로' 고승범…김판곤호 중원의 핵심
울산 3연패는 김판곤 감독뿐만 아니라 선수단 전원이 함께 일궈낸 위대한 결과물이지만 그래도 '김판곤 체제'의 시작부터 더 빛을 발한 선수가 있다. 바로 올해 울산 유니폼을 입은 고승범이다.
고승범은 중원에서는 어느 포지션이든 맡을 수 있는 멀티 요원으로 그의 최고 강점은 성실함과 꾸준함이다.
중원에서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활동량을 선보이며 공격 전개와 키 패스에 강점을 보여주는 선수다.
하지만 시즌 초반 고승범의 활약은 크게 두드러지지 못했다. 항상 열심히 뛰지만 공격포인트에서는 약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던 7월초까지 고승범은 15경기를 뛰면서 1득점이 공격포인트의 전부였다.
하지만 김판곤 감독 부임 이후 고승범에게 더욱 신뢰를 줬고, 김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8월 10일 대구전부터 전 경기에 출전하며 중원을 책임졌다.
그동안 고승범은 소리소문없이 2골 2도움의 공격포인트를 쌓으며 '언성 히어로'(Unsung Hero)로 묵묵히 자기 역할에 충실히 하더니 강원과 36라운드에서 루빅손의 선제골을 돕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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