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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이주영 "'야구소녀' 실제 선수처럼 연습…한계없이 도전하고파"[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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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배우 이주영이 연기에 대한 곧은 소신을 밝혔다.

아직 대중에게는 조금 낯선 얼굴일 수 있지만 이주영은 독립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신비로운 마스크와 함께 깊이 있는 연기로 독립영화계에서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무엇보다 이주영과 부산의 인연은 깊다. 이주영은 출연한 영화 ‘춘몽’(장률 감독)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에 이어, 지난해에는 ‘메기’(이옥섭 감독)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기에 올해는 ‘야구소녀’(최윤태 감독)가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되며 다시 부산의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딸이 되겠다”는 이주영은 “영화제를 너무 좋아해서 매년 오고 있는데, 올해도 오게 돼서 너무 좋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주영을 만나 새로운 도전인 ‘야구소녀’와 배우로서의 소신을 이야기 나눴다.

-여고생 야구선수가 프로야구에 도전한다는 내용의 ‘야구소녀’인데 출연 계기가 궁금하다. 평소 야구에 관심이 많았는지?
야구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고, 사실 잘 알지 못했다. 작품을 선택했던 것은 야구에 국한되지 않고, 시나리오가 말하는 바에 너무 공감됐다. 캐릭터를 잘 표현해내고 싶었다. 영화를 통해 실제 야구를 해보니 신체적인 한계를 확실히 느꼈다. 나중에 체득하다 보니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보다 인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아이가 처음에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계속 나갈 수 있는 힘이 뭘까, 불가능한 길을 따라가며 야구라는 세계에 도전하는 것 자체로 의미 있다는 점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실제 야구를 소화하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너클볼이 쉽지 않았다. 직구는 흉내라도 낼 수 있는데 너클볼은 쉽지 않아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대역 없이 촬영했다. 사실 감독님이 촬영 전에는 저는 야구에 대한 폼만 익히면 촬영을 해주시겠다 했는데 아니더라.(웃음) 심리적 부담감도 느꼈지만, 최선을 다했다. 실제 야구를 잘 해야 분명히 영화의 서사가 잘 들어올 것이라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운동선수가 된 느낌이더라. 영화 속 캐릭터가 야구를 한다는 것이 거의 전부인 작품이기에 현실적으로 비춰져야 한다는 생각에 혼란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다. 할 수 있는데까지 해야 영화의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그런 점에선 부담도 있었다. 그래도 이 외에 인물의 이야기나 뒷받침해줄 수 있는 요소가 많기에 부담보다 최선을 다하려 했다.

-이준혁부터 염혜란까지 다양한 배우들이 영화에 출연하며 호흡을 맞췄다. 함께 하며 어땠는지?
코치 역할의 준혁 선배님과는 야구장에서 주로 만났다. 실제로 야구 연습을 해야 하니 씻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1, 2월에 촬영을 했는데, 겨울에는 실제 선수 분들도 전지훈련을 가거나 리그도 열리지 않는다. 겨울에 연습을 하다보니 너무 추웠다. 제작비도 적고, 시간은 없어서 열악한 환경에서 촬영했는데 함께 해나가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선배님들께도 감사하다. 준혁 선배님과도 촬영하며 되게 친해졌다. 염혜란 선배님이나 유재명 선배님도 지금 두 분이 맡기엔 너무 작은 영화 속 작은 역할인데도 잘 맡아주셔서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 이런 분들을 만난 것 자체가 행복하다.

-불가능에 가까운 분야에 도전하는 영화 속 주수인과 이주영은 비슷한 편인가?
오히려 저는 ‘좋으면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성격이다. 쉽게 보여질 수도 있지만 순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이뤄내고 싶은 성취가 있어도 이 일은 무조건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이다. 작품만 보기 보다는 주변을 둘러싸는 변수도 많다. 그래서 생각대로 되는 것보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순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무조건 여기까지 해보겠다는 것보다 하나씩 하다 보면 좋을 것들이 기다릴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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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주영. 사진 | 에이스팩토리 제공


-굉장히 여유로운 성격 같다. 터닝포인트가 있었는지?
저라는 배우를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독립영화를 하나씩 해 나가면서 상업영화 판에 발을 들이고 있는 것이 재밌다. 다름을 느껴가는 것도 재밌다. 올해 스물 여덟인데, 남들이 말하는 큰 성취를 빠르게 이뤘다면 이 일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천천히 가고 있는게 좋다. 20대 초중반 때는 조급하기도 했다. 너무 비교당하기 쉬운 직업이고, 주변에 지켜보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하게 되는데 이제는 오히려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다. 예전에는 비교하는 마음을 가지며 나도 괴롭고 미안했다. 지금은 오히려 독립영화들이 좋은 물살을 타고 있는 것을 보는 것도 즐겁다. 예전에는 나만 잘 돼야겠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모두가 잘 돼야 나도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멜로도 너무 해보고 싶다. 멜로의 재미는 내가 하는 연기에 사람들이 설렌다는 포인트라 생각한다. 진한 멜로도 해보고 싶다. 제게 어렵지 않을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못할 것은 없다. 최대한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해보고 싶고, 장르적인 적을 따지지 않고 싶다. 남들이 봤을 때 독특하다고 말하는 필모그래피가 많은데, 사실 저는 독특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한계 없이 도전해보고 싶다. 내가 보는 나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보여져야 하고, 수요가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나를 볼 수 있어야 해서 복합적으로 고민이 깊어질 때도 있다. 그렇게 고민하다 보면 그냥 하자는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재밌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보는 이주영은 어땠으면 좋을까?
한계가 없었으면 좋겠다. 제가 사람으로 가지는 한계는 너무 많다. 하지만 작품에서 역할을 맡을 때 “저 배우에게 이건 별로 안 맞아”라는 평가가 제일 슬플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볼 때 다른 배우인 줄 알았어”라는 말이 칭찬이라 생각하고 기분이 좋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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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에이스팩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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