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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단독] 간선급행버스(BRT) 대표 노선에 웬 ‘관광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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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간선급행버스 도로 외문 버스 22대 운행

외문 버스는 효율성과 안전성, 편리성 떨어져

전문가 “비아르티 시스템에 맞는 버스 넣어야”

중앙·지방정부 “새 버스 도입할 때 검토할 것”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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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편리하고 안전한 버스 시스템으로 널리 알려진 ‘비아르티’(BRT=간선급행버스, 빠른버스)의 대표적 노선에 문이 하나뿐인 버스가 운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문이 하나뿐인 버스는 타고 내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고 때 대피가 어려워 비아르티 노선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겨레> 취재결과, 대전시는 지난 4일부터 대전역~세종시~오송역에 이르는 1001번 버스를 4대 추가로 투입해 하루 22대 운행중이다. 운행 횟수는 하루 100회다. 앞서 1001번 버스는 하루 18대가 84회 운행했다. 운행 횟수를 늘린 것은 이 노선의 승객 수요가 2016년 말 하루 3600여명에서 2019년 상반기 8천여명으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버스 추가 투입으로 배차 간격은 평균 13분에서 11분으로 단축됐다.

문제는 이 노선에 투입되는 버스가 고속버스나 관광버스처럼 승객이 앞문으로만 타고 내리는 버스라는 점이다. 앞문만 있는 버스는 타고 내리는 시간이 문이 2개인 버스보다 2배가량 걸리고 교통사고나 화재 때 대피도 매우 어렵다. 또한 바닥이 높은 계단형 버스여서 장애인 등 교통 약자의 이용도 쉽지 않다. 문이 1개뿐인 이 버스가 정류장에 서 있으면, 뒤따르는 버스의 운행을 지체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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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이 버스가 운행하는 대전~세종~청주의 53㎞는 시종점을 제외하고 거의 전 구간이 중앙 차로·정류장으로 이뤄진 비아르티 노선이다. 비아르티는 빠르고 편리하고 안전한 버스 운행을 위해 중앙 차로·정류장, 지하도·고가 우선 차로, 우선 신호등, 저상·굴절 등 고급 버스로 구성된 첨단 버스 시스템이다. 세종시는 지하도·고가 우선 차로와 반폐쇄형 정류장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비아르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국에 비아르티를 소개한 대표적 교통전문가인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은 “문이 1개면 타고 내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비아르티 시스템을 운영할 수 없다. 중앙 차로에 관광버스를 넣고 비아르티라고 우기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비아르티 노선에서 운행하는 버스라면 쉽게 타고 내릴 수 있게 문이 최소 2개 이상이어야 하고, 교통 약자를 위해 바닥도 낮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지적에 버스를 운영하는 박용곤 대전시 버스정책과장은 관계자는 “1001번은 좌석 버스여서 더 많은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뒷문을 설치하지 않았다. 그동안 시민들이 별로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다. 앞으로 요구가 있다면 문이 2개인 저상 버스 도입을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세종시의 비아르티 시설을 관리하는 김상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교통계획과장은 “세종시의 비아르티 도로를 달리는 버스들은 좀더 수준이 높아야 한다. 앞으로 새 버스를 도입할 때 비아르티 시스템에 맞는 버스들이 들어오도록 지방정부들과 협의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철도 경우처럼 중앙정부가 비아르티에 대한 예산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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