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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10월 정례회의] 조국 게이트 보도 '홍위병' 표현 같은 감정 과잉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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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法 앞의 평등' 위반하는 違憲 소지 지적해야

日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보도, 안전 여부 모호해 답답

연중 기획 '말모이 100년'… 우리말 다듬는 성과 거두길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지난 14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경범(서울대 서문학과 교수),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위성락(전 주러시아 대사), 이덕환(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한은형(소설가), 홍승기(인하대 로스쿨 원장) 위원이 참석했다. 정유신(핀테크지원센터장), 김태수(변호사)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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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경범·김성호·김준경·위성락·이덕환 위원, 조순형 위원장, 한은형·홍승기·손지애·김성철 위원, 차학봉 편집국 부국장.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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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 시위 "200만" 황당 거짓과 "尹 경질", 21세기 韓에 홍위병〉(10월 1일 사설), 〈'홍위병' 닮아가는 親文 세력〉(10월 11일 A3면) 등 조국 사태와 관련된 조선일보 보도에 '홍위병'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했다. 이 표현은 욕에 가깝지 분석의 틀은 아니다. 사태의 본질을 알려주는 일종의 수사(修辭)인데, 친문 세력을 홍위병으로 부르는 것은 좌파가 우파를 '파쇼' '나치' 등으로 부르는 것처럼 악마화하는 것이다. 악마화하면 문제 해결이 안 된다. 현 정권의 진짜 문제는 '이념 과잉'보다 '이성(理性)의 부재(不在)'이다. 홍위병, 문화혁명 등으로 몰아붙이면 현 집권 세력의 문제를 잘못 포착할 수 있다. 대신 포퓰리즘 등 세련된 프레임으로 비판해야 한다.

―조국 사태 보도에서 차분하게 팩트에 근거하지 않고 정치·진영 논리에 따라 과잉된 감정을 드러낸 일부 기사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검찰, 압수 수색 때 조국 집안 구조 꼼꼼히 살핀 이유는…〉(9월 26일 A4면) 기사는 압수 수색 당시 집 안 구조를 근거로 조 전 장관이 증거(PC의 하드디스크)를 인멸하라고 시켰거나 이를 방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아파트 평면도와 안방과 서재 간 거리(220㎝) 등의 정황만 가지고 기사를 만들었는데, 수긍이 안 된다. 앞으로 벌어질 '검찰 대(對) 법원' 공방 기사도 오로지 '팩트'에 근거해야지 '과잉 감정'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조국 사태의 가장 큰 결과 중 하나는 박근혜 정부 때 보수가 분열된 것처럼 '진보의 분열'이다. 성소수자, 젠더, 난민 문제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이 분화되고 있다. 그 추이를 추적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치밀한 논리로 검증해야 한다. 한 나라의 검찰 조직이 이중·삼중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신설되면 '일반 검찰' '특별검사' '특별 감찰관'에 '공수처'가 더해진다. 특별검사는 국회나 법무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상시 운영할 수 있다. 특별검사를 적절히 활용하면 공수처 기능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공수처는 위헌(違憲) 소지도 있다. 일반 국민은 일반 검찰에서, 고위 공직자는 공수처에서 수사하도록 되어 있는데, 왜 국민을 이렇게 구분하나. 헌법 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조항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는 검찰과 경찰이 양대 권력기관이므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해 수사권을 배분해야 한다는 단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준(準)사법기관'이고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치안 조직'이다. 이런 측면에 입각해 논의해야 한다.

―한·미 방위비 협상 대표에 처음으로 기획재정부 출신이 임명되었다. 올해 협상은 굉장히 민감하다. 우선 양국이 생각하는 방위비 분담액이 너무 차이가 크다. 더 중요한 것은 미·북 핵 협상 과정 중 협상이 이루어져 안보 이슈가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올해는 미 전략 자산 전개, 한·미 연합 훈련, 주한 미군 등이 논의될 수 있다. 분담금 증액을 막기 위해 숫자와 예산에 밝은 기재부 출신을 협상 대표로 임명했지만, 동맹·안보 측면을 등한시하면 안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언론이 상기시켜야 한다.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 조선일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원전 오염수 처리 시설 르포: 매일 150t씩 쏟아지는 후쿠시마 오염수… 3년 후엔 저장탱크 꽉 차〉(10월 4일 국제면) 기사를 읽어보면 제목처럼 위협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대체로 잘 관리하고 있는데, 다소 문제가 있다는 정도다. 〈후쿠시마 원전 폐기물 자루 일부, 하천으로 유실〉(10월 14일 국제면) 기사도 폭우 피해 상황 중 원전 폐기물 자루 유실을 짧게 소개했는데, 이것을 제목으로 뽑았다. 제목과 내용이 맞지 않아 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모르겠다. 〈日대사관이 서울 방사선량 매일 공개하자 與 일본특위, 후쿠시마 방사능 지도로 맞불〉(9월 27일 A8면) 기사도 애매모호하다. 한·일 양국 주장을 드라이하게 전달했는데, 정부는 계속 안전에 문제가 많다고 하니 어느 게 진실인지 헷갈린다.

―〈2개월 연속 마이너스 물가… "디플레 이미 진행 중"〉(10월 2일자 1면)을 보면 일본식 디플레이션과 장기 불황이 우려되는 상황인데, 한국은행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대답만 내놓았다. 하지만 물가 안정의 1차 책임을 지고 있는 한국은행이 기계적인 설명으로 논란을 진화하는 데만 급급한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초저물가 대응책이나 향후 통화정책 방향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시장과는 소통하지 않는 한국은행의 태도를 강력하게 비판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한국선 경제성 떨어져" 한전, 전기요금 인상 필요 보고서〉(10월 12일 A1면)에서 보듯 신재생에너지의 낮은 경제성 문제가 본격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이끄는 국가기후환경회의 주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기구는 미세 먼지를 줄이기 위해 전국에 가동 중인 60기의 석탄 화력발전소 중 최대 27기의 가동을 완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만든 위원회가 왜 현실을 무시한 막무가내 정책을 밀어붙이는지 지적해야 한다.

―〈1027억 들여… 서울시 전역 '무료 와이파이존' 만든다〉(10월 8일 사회면)에서 조국 정국과 맞물려 서울시가 왜 이런 일을 할까 의문을 제기해야 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추진하는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사업에 조국의 사모펀드 투자사가 사업자로 지정되었다가 계약을 해지한 게 지난 4월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더 큰 규모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조국 사모펀드와 연관되어 정국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정권의 기획성·권력형 비리 냄새도 난다. 우리나라에는 통신사업자들이 와이파이를 제공하기 때문에 공공 와이파이는 필요 없다. 전문가가 볼 때 말도 안 되는 사업을 서울시가 왜 다시 들고나오는지 추적해야 한다.

―조선일보가 내년 창간 100주년을 맞아 벌이는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운동에 기대가 크다. 독자들에게 순우리말, 방언 등 순수한 우리말 모으기 작업에 동참하라고 한 것도 고무적이다. '말모이 100년, 내가 사랑한 우리말'에 이어령·김훈 등이 등장한 것도 눈에 띈다. 앞으로 성소수자, 난민, 다문화 가정 등 사회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말도 소개하면 좋겠다. 행정기관에서 사용하는 어려운 일본말이나 외래어 남용 문제도 다루어주기 바란다. 한 나라의 언어 순화와 발전을 책임지는 것은 언론, 특히 신문이다. 조선일보가 우리말을 잘 다듬는 데 큰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10월 8일 국제면에는 기사 3개가 실렸는데, 해외 토픽성 같은 〈인도, 화장실 1억개 만들었지만 '길거리 배변' 못 막았다〉가 머리기사였다. 이 기사가 아주 쓸모없는 내용은 아니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국제 뉴스가 너무 많은데 귀한 지면을 해외 토픽성 기사에 할애하는 것 같다. 특히 요즘 미군의 시리아 철군 이후 국제 정세를 세밀히 추적해야 한다. 미·중 대결이 어떻게 전개되고 중국이 홍콩을 어떻게 다루는가도 핵심 이슈다. 주요 국제 흐름에 대해서는 단발성이 아닌 일관적인 흐름을 가지고 깊이 있게 다뤄야 한다.



[정리=김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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