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 |
얼마 전 한 외국인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심야시간에 어두운 골목을 마음 놓고 돌아다니는 서울이 신기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현장 감식부터 테러 대응까지 한국의 치안 역량은 케이팝 못지않게 지구촌 곳곳에 치안 한류로 확산되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 경찰의 날(10월 21일)을 기념해 경찰청은 인천시와 ‘제1회 국제치안산업박람회’를 연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한국의 선진 치안 역량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릴 계획이다.
외국에 수출할 정도로 좋은 치안 역량을 갖고 있지만 유독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교통사고와 자살, 산업재해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는 2025년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어르신이 증가함에 따라 어르신 운전자 및 보행자의 사고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망자가 발생한 교통사고는 매년 감소하고 있으나 보행자 사고는 여전히 제자리이다. 다행히 서울지역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어르신 보행자 사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 9월 말 기준 어르신 보행자 사망 사고는 27.4% 감소했다.
이는 사람이 먼저인 정부 철학을 반영해 교통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헌신한 교통경찰관과 유관기관의 노력, ‘사람이 보이면 일단 멈춤’이라는 캐치프레이즈의 보행자 중심 교통안전 캠페인 및 찾아가는 교통안전 교육 등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올해 5월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18개 유관기관과 교통안전 협의체를 구성해 차량의 제한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 무단횡단 방지시설, 횡단보도 투광기 확충 등 유기적인 협업을 통한 교통 약자 중심의 정책을 편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교통경찰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교통안전 인프라 구축과 함께 사람이 먼저인, 그리고 어르신이 먼저인 교통문화 정착과 보행자를 보호하려는 시민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서울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교통 관련 유관기관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교통정책을 추진해 시민의 교통안전 문화가 확산된다면 ‘교통사망사고 절반 줄이기’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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