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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사설] 日, 대화하자면서 야스쿠니 참배… 관계복원 의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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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17일 에토 세이이치 일본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오른쪽)이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하고 있다. 아베 정권의 현 각료로서는 2년반 만에 직접 신사 참배를 한 것이다. 아베 총리 역시 공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도쿄=AFP연합뉴스


다음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정부대표로 참석하는 이낙연 총리가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할 것이라고 한다. 아쉽게도 짧은 만남이겠지만 한·일 관계를 복원할 기회다. 아베 총리는 그제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이고 일·한 또는 일·미·한의 협력은 중요하다”며 한·일 대화와 관계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며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을 한국에 떠넘기던 종전 발언과 결이 다르다. 양국 외교 당국자들은 물밑접촉을 통해 한·일 갈등의 진원지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관계 개선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졌다. 아베 총리가 어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고 측근인 에토 세이이치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은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했다. 오늘은 의원들이 대거 참배 행렬에 합류한다. 야스쿠니신사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안치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다.

세계 평화를 운운하면서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아베 정부의 이중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베 총리는 재집권 1주년인 2013년 12월26일 신사를 참배한 이후 해마다 봄·가을 제사와 8월15일(패전일)에 공물을 보내고 있다. 2년 6개월 만에 재개된 각료의 신사참배는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것이며 정교(政敎) 분리 원칙에도 어긋난다. 게다가 에토 담당상은 지난 8월 방일한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과거 한국은 매춘 관광국이었다’는 취지의 망언을 한 인물이다.

아베 정부가 한·일 관계를 복원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침략전쟁과 식민지배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에 노골적인 반감을 피력해서는 한·일 관계 복원은 물론 국제사회의 신뢰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유니클로 창업자인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최근 일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향해 모두가 싸울 듯이 덤벼드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일본이 한국에 반감을 갖게 된 건 일본인이 열등해졌다는 증거”라고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이 망한다”고도 했다. 아베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진정성 있는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때다. 아베 총리는 비뚤어진 역사인식을 바로잡고 한·일 관계 개선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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