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보(31~46)=앞서 때 이르게 실수를 저지른 이영구 9단은 마음이 급해졌나 보다. 바둑에서는 바로 이러한 순간을 조심해야 한다. 실수를 덮기 위해 황망해진 마음으로 욕심을 내다보면 더 큰 실수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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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계 최강자를 만난 이영구 9단은 마음이 얼어붙었는지, 가장 경계해야 할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커제 9단이 31로 하변을 넘어가자고 했을 때, 바로 32로 차단한 것이 뼈아픈 실착이었다. 섣부르게 상대를 제압하려 했지만, 오히려 재앙을 자초하는 성급한 수였다.
참고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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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참고도’ 백1로 위에서 봉쇄하는 작전을 펼치는 것이 현명했다. 하변을 넘겨주더라도 중앙을 두텁게 하고 좌변 공격에 집중했어야 했다. 반상 전체의 흐름을 볼 때 이렇게 두는 편이 장기적으로 판을 짜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실전은 상대의 길목을 섣부르게 막은 대가로 37, 39로 하변을 돌파당하는 것이 너무도 아프다.
아직 많은 수순이 진행되진 않았지만 45가 놓이자,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릴라제로’는 흑의 승률을 80%로 내다보고 있었다. 벌써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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