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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英-EU, ‘노 딜 브렉시트’ 급한 불 껐다... 의회 비준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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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7일 EU 정상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하기 위해 런던 총리관저를 떠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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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유럽연합(EU)이 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ㆍBrexit) 초안에 합의했다. 지난 2016년 6월 영국 국민투표로 브렉시트 정국이 시작된 지 3년 4개월 만이다.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위대한 새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영국과 브렉시트 초안 합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시작되는 EU 정상회의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이뤄진 합의다. 영국은 브렉시트 시한(10월 31일)을 코앞에 두고 ‘노 딜’ 브렉시트의 급한 불을 간신히 껐다. 초안이 EU 각 회원국의 승인과 유럽의회ㆍ영국의회의 비준 절차를 온전히 거치면 예정된 10월 31일 오후 11시(그리니치표준시) 영국은 EU를 떠나게 되지만, 의회 통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아직 ‘성공한 이혼’이 완료됐다고 단언하기는 이르다.

AP통신에 따르면 영국과 EU는 이날 오후 시작되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막판 협상을 벌였다. 그동안 EU와 영국은 브렉시트 합의안의 핵심 쟁점인 ‘안전장치(backstopㆍ백스톱)’를 놓고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서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계속됐다.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내에 양측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당분간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이 안전장치에 대해 존슨 총리는 반(反) 민주적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이를 폐기하지 않으면 노 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재협상 타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아일랜드와 관련해 크게 4개 부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선 북아일랜드는 EU의 상품규제를 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관세체계에 남아 영국의 미래 무역정책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영국 당국은 북아일랜드로 수입되는 제3국 상품 중 EU 단일시장에 유입될 위험이 없는 경우에는 영국의 관세율을 적용하게 되지만 상품이 EU 단일시장으로 건너갈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EU 관세체계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바르니에 대표는 또다른 쟁점 중 하나였던 부가가치세(VAT) 문제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사항을 밝히지 않은 채 EU 단일시장의 통합성을 유지하되 영국의 정당한 요구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영국의 제안 중 협정 효력 전에 북아일랜드의 동의를 구하도록 한 부분은 재협상 합의에서는 삭제됐다. 존슨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리는 하나의 영국으로서 EU 관세동맹을 떠날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 전 세계와 무역 협상을 맺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융커 위원장은 협상 타결을 알리면서 “의지가 있는 곳에 합의가 있다(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a deal)”는 글을 트위터에 게시해 공정하고 균형잡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도 “이제 의회는 19일에 브렉시트를 매듭지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다른 우선순위 정책들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의회의 지지를 요구했다. 양측이 합의안을 도출함에 따라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EU 각국 정상은 이에 대해 추인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영국의회의 비준이다. 영국 집권 보수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은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해법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상태다. 알린 포스터 DUP 대표는 이날 합의안 발표 직전 낸 성명에서 “말 그대로 관세를 포함해 현재 논의되는 이슈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경 브렉시트’ 성향의 DUP는 북아일랜드의 EU 관세동맹 잔류를 강하게 반대해왔다. DUP뿐만 아니라 영국 주요 야당들도 일제히 존슨 총리의 합의안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존슨 총리는 이미 압도적으로 부결된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합의안보다 더 나쁜 안을 협상했다”고 이번 합의를 깎아 내렸다. 그러면서 “이는 나라를 하나로 통합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거부돼야 한다. 브렉시트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종 결정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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