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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고기를 먹고 싶어도 방도가 없구나"…추사 김정희 서찰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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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 소장 완당수찰' 펴내

가족·친구 외에 겸인에게 보낸 편지 공개는 처음

뉴스1

숭실대 부속 한국기독교박물관이 발간한 '완당수찰' 표지. (숭실대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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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먹는 것은 대략 가지고 온 말린 민어 건포 따위로 버티고 있다. 비록 읍성 밖이라 하더라도 도살을 금하여 고기를 먹는 사람이 없으니 고기를 구해 먹고 싶어도 어찌할 방도가 없구나. 반드시 제주성 100리 밖에서 사온 뒤라야 비로소 고기 맛을 볼 수 있단다. 그러나 이 또한 어찌 번번이 할 수 있는 일이겠느냐?"

숭실대 부속 한국기독교박물관이 박물관 설립자인 고 김양선 교수가 수집한 추사 김정희의 서찰집을 탈초·번역·해제해 '한국기독교 박물관 소장 완당수찰(阮堂手札)'을 발간했다고 17일 밝혔다. '완당수찰'에서 '완당'은 김정희의 별호이고, '수찰'은 직접 쓴 편지라는 의미다.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된 1840년 이후 직접 쓴 편지 20편과 시고(詩稿) 1편 등 총 24편이 수록됐다.

여기에 수록된 편지 20편은 작성일자, 수신자가 명확하지 않으나 대부분 업무 지시 내용이어서 김정희가 집안일을 도와주던 겸인(傔人·심부름꾼)에게 보낸 편지로 추정된다. 그동안 알려진 김정희의 편지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보낸 것이 대부분이다. 겸인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다른 편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고단했던 유배 생활의 진면목이 드러나 있는 것도 주목된다. 편지에는 유배지에서 반대파들이 보낸 수령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자 인사 청탁으로 자신의 주변에 가까운 인물을 두기 위해 노력했던 내용이 담겨 있다. 아전과 서리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김정희의 유배생활을 도와줬던 사실도 편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정희가 평생 수집했던 서화(書畫) 관리에 관한 내용도 상세하게 나타나 있다.

숭실대 관계자는 "이번 서찰집은 김정희의 초기 제주 유배생활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자료"라며 "'세한도'를 그려준 이상적의 연행에 관한 궁금증도 잘 드러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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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부속 한국기독교박물관이 발간한 '완당수찰' 본문. (숭실대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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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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