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피고인 신문 "서운해할까 수신 확인…상대 응답 신경 안 써"
"'새누리당 댓글기계' 얘기 듣고 드루킹과만 상의했다는 건 비상식적"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김경수 |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댓글 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김동원 씨로부터 매일 전달받은 '댓글 작업' 목록에 대해 "자신들이 열심히 활동한다고 과시하려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지지자 모임 중 하나인 드루킹 일당이 서운해하지 않도록 수신 확인은 했지만, 댓글 조작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는 취지다.
김 지사는 17일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자청해 이렇게 밝혔다.
드루킹이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으로 매일 댓글 작업을 한 기사의 인터넷 주소(URL)를 보낸 것에 대해 김 지사는 "내용을 보니 일반적인 기사의 링크를 모아놓은 것이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도 계속 보내는 것을 보고 '자신들이 열심히 활동한다고 과시하려나 보다'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매번 일일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메시지가 쌓이면 한 번씩 수신확인을 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지지자들은 내용을 보지 않더라도 수신확인을 하지 않으면 서운해한다"고 해명했다.
김 지사는 자신이 드루킹에게 기사 URL을 보낸 것도 댓글 조작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 홍보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사를 보다가 알릴 만한 게 있으면 주변 의원이나 지지모임 등에 보내곤 했는데, 그중 일부가 드루킹에게도 간 것"이라고 했다.
이에 특검은 김 지사가 보낸 URL에 드루킹이 "처리하겠습니다" 등의 답변을 한 이유를 추궁했다.
그러자 김 지사는 "이들이 다시 SNS로 퍼뜨리거나 홍보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사를 보내는 것이지, 어떻게 응답하는지까지 확인하지 않는다"며 "여러 군데에 기사를 보내 놓았는데, 어떻게 답변을 일일이 확인하느냐"고 반문했다.
홍보용으로 기사를 이곳저곳 보냈을 뿐, 이에 대한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답변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것이다.
법정 향하는 김경수 |
자신이 드루킹에게 "네이버 댓글은 원래 이러냐"고 물어본 것에 대해서는 "김동원이 네이버 전문가라고 자처하니 물어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댓글 조작에 쓰이는 매크로 프로그램(킹크랩)과 관련해서도, 김 지사는 드루킹이 주장하는 '대화의 경위'부터 허위라고 반박했다.
드루킹은 김 지사가 처음 방문한 자리에서 옛 새누리당이나 안철수 전 후보 측 등이 댓글 기계를 사용한다고 이야기했고, 이후 자신들도 이를 개발해 사용하도록 김 지사의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김 지사는 "국정원 댓글 사건만으로도 나라가 시끄러웠는데, 대선에서 새누리당이나 안철수 후보가 썼다고 한다면 당연히 당의 전문가들과 급히 상의하고 조사해 문제 삼을 일"이라며 "그런 것 없이 드루킹하고만 상의했다는 것은 정치권에서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드루킹 일당과 사이가 틀어진 이후의 정황들에 대해서도 김 지사는 댓글 조작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우선 지난해 2월 드루킹과 기사 목록 등을 주고받던 메신저 대화방에서 나온 것은 '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고 김 지사는 말했다.
일당 중 한 사람에게 드루킹이 '문재인 정부에 비우호적인 댓글을 달라'는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고 제보를 받은 상태였고, 그런 가운데 드루킹이 갑자기 메신저 화면을 캡처하자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김 지사는 설명했다.
당시 드루킹이 자신에게 "1년 4개월간 부려먹고 버리면 안 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서는 "왜 저렇게 이야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른 온라인 모임도 열심히 하는데 저러는 경우는 없다"고 김 지사는 말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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