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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제주, 멸실·훼손 위기 '제주건축자산' 체계적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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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건축자산 진흥 시행계획 수립…지원 조직 신설·센터 설립

후보군 대상 추가조사 실시…우수 건축자산·진흥구역 선정 계획

뉴스1

제주근대건축물 가운데 하나인 제주시청사 전경.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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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특별자치도가 보전가치가 있는 건축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중심으로 건축자산 진흥구역을 지정해 도시재생사업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를 유도한다.

제주도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제1차 건축자산 진흥 시행계획'(2019~2023년)을 확정,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제주특별자치도가 2017~2018년 실시한 '건축자산 기초조사 및 제1차 시행계획 수립용역'에는 역사적·예술적·경관적 가치를 지닌 제주시청사 등 근대건축자산, 제주4·3유적, 소아 현중화 선생 기념관 등 현상설계공모작을 포함한 421건이 제주 우수건축자산 후보군으로 분류됐다.

또 건축자산 진흥구역 후보지로는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제주시 한림읍 한림리, 제주시 원도심,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등 4곳이 제시됐다.

조천읍 신촌리는 제주의 해안마을 특징과 조직이 잘 유지되고 있고, 한림읍 한림리는 근대건축물들이 점적형태로 분포하고 있다.

제주시 원도심은 묵은성(제주목관아지 등 제주성 일원을 일컫는 지명) 일대 근대 주거지역과 근대상가가 분포해 있어 후보지로 선정됐다.

대정읍 하모리는 모슬포교회 일원에 제주전통민가의 공간구조가 남아 있다.

제주도는 이들 후보군·후보지에 대한 추가조사를 거쳐 우수건축자산과 건축자산 진흥구역, 제주형 한옥 밀집지역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도는 이번 시행계획을 통해 전통가옥 등 건축자산 보전과 진흥에 관한 조례 개정, 우수건축자산 등록 및 홍보, 건축자산 지원 조직 및 센터 설립, 건축자산 특별회계 설치, 건축자산 전문가 육성사업, 지역내 건축자산 활용 공모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도내 건축자산들은 사회적·경제적·경관적·역사적·문화적 가치를 갖고 제주의 정체성을 보여주지만 장기간 방치됨에 따라 노후되고 멸실·훼손되고 있어 이에 대한 체계적인 보전 및 관리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주시 용담동 옛 제주대학교 용담캠퍼스(현 제주사대부고 부지)내 본관 건물이다.

당시 용담캠퍼스 본관건물은 한국건축계의 거장 김중업 선생이 설계한 것으로, 1964년 정부 예산으로 착공했는데 예산 부족으로 당초 공기(1966년)를 훌쩍 넘긴 1970년 완공됐다.

하지만 방수공사 진행 과정에서 붕괴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돼 1994년 건물구조 안전진단조사를 벌인 결과 보수·보강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남에 따라, 1995년 제주대학교 옛 본관은 철거됐다.

제주대학교 옛 본관은 1993년 한국 건축계와 지역 문화계가 힘을 모아 보존 운동을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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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델 아구아의 철거전 전경. /©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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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도 제주의 건축자산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역사적 가치 등을 가진 건축물이 허물어지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스페인어로 '물의 집'이라는 뜻의 '카사 델 아구아'는 2009년 3월 전체면적 전체면적 1279㎡, 2층 규모로 부영제주호텔의 모델하우스로 지어진 가설건축물이다.

하지만 이 건축물은 존치 기한이 만료돼 2013년 3월6일부터 약 2주간에 걸쳐 강제 철거됐다.

'카사 델 아구아'는 멕시코 출신 세계적 거장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작품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내부가 공개된 작품이라 건축계에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었다.

2010년 아메리카 프로퍼티상(Americas Property Awards)의 '최고의 호텔 건축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결국 철거됐다.

2014년 철거된 제주시 일도1동 옛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제주지원 건물은 1970년대 제주지역 최초의 현대적 건축양식을 갖춘 의미 있는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2018년에는 제주의 첫 극장이었던 옛 현대극장 건물이 철거됐다. 지난 1944년 문을 연 현대극장은 도내 최초 극장으로 무성영화와 연극 등이 공연됐다. 4·3 당시 정치적 집회 등도 열려 문화, 정치사적 가치가 높은 건물이다. 행정에서도 수차례 매입을 시도했지만 소유주와의 입장차로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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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탐라문화광장 내 고씨주택 전경.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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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건축자산이 사회적 논의 끝에 보전된 사례도 찾을 수 있다.

제주도는 산지천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고씨 주택'을 철거하지 않았다. '고씨 주택'은 일제강점기 건축물로 '한일건축양식의 절충식'이라는 특징을 인정받았다. 올해 7월부터는 제주사랑방과 제주 책방이 조성돼 주민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주대 용담캠퍼스 본관을 설계했던 김중업 선생의 또 다른 작품인 제주 서귀포시 '소라의 성'은 당초 재해위험지구에 포함돼 철거될 위기에 놓였지만 예술성이 고려돼 보전방향으로 결정났다. 지금은 북카페와 전시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ks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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