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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기획; 암표의 늪③] 온라인 누비는 하이에나들, 티켓양도가 재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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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대리티켓팅 업자에게 두 개의 다른 아이디로 같은 시간 티켓 양도를 시도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의 재구성. 사진=DB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콘서트 티켓 양도합니다”

매크로가 성행하자 티켓 판매처에서는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티켓 수를 제한하고, 자동 프로그램의 접근을 막기 위해 보안문자를 입력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온라인상엔 자신이 보유한 수십 장의 티켓의 정보를 올린 후 이를 양도하겠다는 ‘꾼’들이 대거 등장한다.

암표상은 티켓 양도를 재태크로 보고 있다. 티켓을 사는 것을 일종의 ‘투자’로 보는 것이다. 일단 티켓의 원가를 투자하면, 최소 두 배 이상의 가격을 붙여 되팔기 때문에 그만큼의 수익이 보장된다. 만약 티켓을 되파는 것에 실패할 시 공연 전 예매를 취소하면 그만이라 손실에 대한 걱정도 없다.

또 다른 방법도 나타났다. 무통장입금으로 예매를 해놓고 입금 기한 내에 티켓의 명의를 구매자의 이름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예매자와 공연 입장객의 이름이 같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자 생긴 꼼수로 보인다. 그러면서 일종의 ‘수고비’가 붙는데, 이건 부르는 게 값이다.

김동률 콘서트 예매가 마무리 되는 시점, 직접 SNS에 ‘대리 티켓팅’을 해주겠다는 글을 올린 업자와 대화를 통해 어떻게 티켓 양도가 진행되는지 살펴봤다.

대리티켓팅 업자(이하 A):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면 메시지를 입력해주세요.

B: 혹시 23일 티켓 남아 있을까요?

A: 안녕하세요. 23일 c구역 3열 가능하시고요. 수고비 맞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B: 1층 C구역 티켓은 구할 수 있나요?

A: 토요일, 일요일 공연을 C구역 자리 가능합니다.

B: 그럼 토요일 C구역 부탁드립니다. 수고비 5만원.

A: 지금 먼저 연락오신 분이랑 거래 중이라서 거파(거래파기)되면 바로 연락드릴게요.

A: 23일 2장 가능하시오, 즉입(즉시입금)하시면 수고비 장당 7만원까지 맞춰드릴 수 있어요. 내일 중으로 계정이동 진행해드릴게요.

아래는 같은 시간, 같은 업자에게 다른 계정의 이름으로 문의를 한 내용.

A: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면 메시지를 입력해주세요.

C: 김동률 23일 티켓 있나요?

A: 네 23일 3열 남아있고요. 수고비 맞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C: 수고비 7만원이요.

A: 네. 즉입 가능하시면 거래하겠습니다. 멜론 계정으로 내일 중으로 진행하며 티켓값은 직접 결제하시면 됩니다.

C: 어떻게 티켓 이동이 가능한가요?

A: 제가 표를 취소하고 바로 구매자 분 계정으로 잡아드리는 겁니다. 실패 시에는 전액 환불해드립니다.

SNS를 통한 수고비는 기존 티켓 거래 사이트와 비교했을 땐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가 된다. 적게는 5만원부터 시작해 공연의 성격과 자리 퀄리티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 또 같은 시간에 문의해도 ‘경매’식으로 조금 더 많은 수고비를 부른 쪽으로 티켓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업자는 빠른 입금을 권유했다. 필자가 접촉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또 다른 구매 희망자가 몰리고 있다는 업자의 주장이다.

다만 이런 부적절한 분위기를 정화하려는 팬들의 움직임도 있었다. 중고사이트에 올라온 양도 글에 ‘암표 절대 사지 맙시다’ ‘안 사면 취소표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등의 글을 올리면서 암표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암표를 파는 이들을 적발해 소속사에 제보를 하는 이들도 다수 보였다. 부적절한 행동임을 알면서도 법망을 피해 부당이익을 취하는 이들을 막을 수 있는 현재로서 유일한 방법은 팬들이 성숙한 문화의식을 가지는 것 뿐이다.

무조건 소비자의 의식 향상만 외치는 것으로 그쳐선 안 된다. 미국은 2016년 온라인 티켓 판매법을 제정하면서 정부가 암표상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 수 있도록 했다. 뉴욕주의 경우에는 예술문화법에 따라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암표상에게는 500달러(한화 약60만원)에서 1500달러(약180만원)까지 높은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암표 시장의 축소를 위해서는 근본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티켓 판매처의 실질적 노력이 겸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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