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눈썹 거상술 40대 여성
“내 얼굴이 도화지도 아닌데…”
성형수술 부작용 눈썹 함몰
담당의사는 만나주지도 않고
수술비용 120만원만 돌려줘 분노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눈썹 함몰 상태를 겪고 있는 김진주(49·가명) 씨는 지난 7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났다. 그는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더니 가발을 떼어냈다. 앞머리 가발로 가려 놨던 눈썹 흉터가 드러났다. 양쪽 눈썹 위 갈매기 모양의 흉터가 선명했다. 6년 전 ‘눈썹 거상술’을 받고서 생긴 상처였다. 그는 변호사 없이 홀로 6년간의 의료소송 끝에 최근 승소를 했다.
김 씨가 받은 눈썹 거상술은 눈썹을 올려 처진 눈을 올리는 성형수술이다. 그는 지난 2013년 7월, 40대가 되면서 처진 눈을 올리기 위해 120만원을 주고 이 수술을 받았다. 쌍커풀 수술을 하고 싶었지만 얼굴에 칼 자국이 나는 것이 두려웠던 터였다. 김씨는 병원에서 “눈썹 문신만 하면 수술 자국이 티가 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눈썹거상술을 선택했다. 이 수술이 김 씨의 인생을 이토록 흔들 줄은 몰랐다.
부작용은 수술 직후부터 드러났다. 양눈썹 0.5cm 정도 뜬 위쪽 살갗 좌우 5cm 가량이 움푹 패였다. 병원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며 지켜보자고만 했다. 하지만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다른 병원에 가보니 ‘피부 함몰’로 인한 반흔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상처부위의 피부가 죽어버렸다는 것이다. 결국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김씨는 수술했던 병원을 찾아가 담당 의사를 만나게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얼굴조차 보기 어려웠다. 결국 병원에서는 병원비를 돌려주겠다고 했다.
“사람 얼굴이 이렇게 망가졌는데 참 쉬웠어요. 돈 120만원 받는다고 해서 제 상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김 씨는 의료소송을 준비하기로 했다. 변호사를 선임할까 고민도 했지만 당장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를 선임할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그는 “다툼의 소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자명한 피해를 입었는데 설마 억울한 판결이 나올까 싶었다”며 “그런데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이렇게 고되고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수술병원을 방문해 수술설명서, 병원에서 찍은 수술 전후 사진, 진료기록부 등을 받았고 CCTV를 요구했다. CCTV는 지워져 없는 상태였다. 이를 토대로 수술 전후 생긴 변화들에 대해 적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처음 수술시 피부 하부연조직층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이 나왔다. 명백한 과실이었다.
검찰 조사가 계속되는 사이 병원에서는 “형사 고소를 취하하면 합의를 하겠다”며 합의조정을 신청했다.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고 일단 고소를 취하하라는 얘기에 김 씨는 분노했다. 길고 긴 소송을 접고 합의할까 잠시 고민했던 마음도 사라졌다. 형사소송으로 이겨 판결문으로 남기겠다는 마음뿐이었다.
6년이라는 긴 싸움 끝에 그는 승소했다.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서울 강남구 A성형외과 원장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에 가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혹시라도 무죄가 나오면 어찌할지 며칠째 잠을 못자며 마음을 졸였던 긴장감이 풀리면서 그간 울분이 다시 터져나왔다. 의학 용어를 풀이하고 홀로 판례를 들여다보며 씨름했던 기억이 스쳤다. 해당 병원은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병원 측은 “현재 2심을 준비하고 있어 구체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 씨는 “의료소송이 정말 고된 길이지만 나같은 평범한 주부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통해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들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수술을 하기 전에 수술동의서, 병원 수술 사진, 진료기록서를 꼼꼼하게 살펴봤으면 한다”며 “무엇보다도 무책임하고 직업윤리를 상실한 의사들이 제발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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