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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1 (토)

러시아, 美 발 뺀 사이 시리아 ‘막후실세’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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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역내 중재자·보안관 자처 / 러, 터키·시리아 軍 경계선 순찰 / 과거 미군의 자리 차지 입지 넓혀 / 美, 휴전 촉구에도 에르도안 거부

미군이 철수한 시리아에서 러시아가 역내 중재자와 보안관을 자처하며 ‘막후 실세’로 부각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터키의 쿠르드 공격으로 소용돌이치는 시리아 정세 관련 논의를 했다. 두 사람은 “터키군과 시리아군 간의 대립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으며, 조만간 러시아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크레믈궁이 전했다.

세계일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터크스트림 해저 구간 완공식에서 손을 잡은 채 교류 확대를 다짐하고 있다. 이스탄불=AP연합뉴스


이에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시리아 동북부 만비즈에서 자국군이 시리아 정부군과 터키군의 경계선을 따라 순찰 중이라고 밝혔다. 쿠르드 인민수비대(YPG)가 2016년 ‘이슬람국가’(IS)를 몰아내며 장악한 만비즈는 터키 국경에서 가까운 군사 요충지로, 최근까지만 해도 미군이 이곳에 전초기지를 두고 터키와 쿠르드 간 충돌을 막으려 정기 순찰활동을 벌이던 곳이다.

터키의 침공으로 풍전등화 위기에 처한 쿠르드족이 러시아의 중재로 ‘어제의 적’이었던 시리아 정부군과 손잡고, 쿠르드·시리아-터키 양측이 만비즈 주변에 병력을 집중하자 러시아가 재빨리 과거 미군의 자리를 차지한 모양새다.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라브렌티예프 시리아 특별대사는 “우리는 터키와 시리아군의 충돌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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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거주 시리아 어린이도 ‘터키 규탄’ 집회에 15일(현지시간) 요르단 수도 암만의 시리아 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터키 규탄’ 집회에 참석한 아이들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초상화와 시리아 깃발을 들고 있다. 암만=EPA연합뉴스


다른 지역 반군들과 싸우느라 동북부를 돌볼 겨를이 없었던 시리아군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만비즈에 입성하며 시리아와 러시아 깃발을 흔들었다. 이는 9년째 접어든 시리아 내전 양상이 미국의 철군선언 일주일여 만에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의 효용에 대한 의구심 표현, 러시아의 G8(주요 8개국) 복귀 촉구 등에 이어 (시리아 미군 철수로) 러시아 지도자를 돕는 효과를 낳았다”며 “푸틴이 갑자기 관련자 모두에 대한 지렛대를 쥐고 시리아 운전석에 앉게 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추가 제재를 시사하며 터키에 휴전을 촉구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를 일축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외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제프리 시리아 담당 특사를 터키에 급파해 사태 수습을 꾀하기로 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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