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과 깡통의 궁전·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세월호 유가족 모욕에서 5·18 역사 왜곡에 이르기까지 혐오 표현은 우리에게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한지 오래다.
문제는 혐오 표현을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또다른 중대 가치인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 정치학 및 공공정책 교수로 표현의 자유를 깊이 연구한 저자는 '말대꾸(speaking back) 정책'으로 표현의 자유에 역행하지 않으면서 혐오 표현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는 혐오 표현의 피해자들이 되받아쳐 말할 수 있도록 교육적, 물질적,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다.
예를 들어 혐오 표현 행위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발생했다면 피해자는 인근 지역에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지역신문을 제작해 배포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언론에서 이런 행위가 발생했다면 피해자는 동일한 시청자 또는 구독자에게 도달하는 동일한 매체에 반론권을 요청하는 식이다.
저자는 많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가 시행하는 다양한 차별금지법과 그 조항을 이행하기 위한 구조적인 메커니즘을 활용해 이러한 정책의 시행을 감독하거나 보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디투스. 320쪽. 1만6천원.
▲ 아편과 깡통의 궁전 = 강희정 지음.
1786년 말레이시아 페낭섬에 영국 식민지가 건설된 이래 이 일대를 중심으로 펼쳐진 동남아 화인(중국계 이민) 사회의 역사라는 특이한 소재를 다뤘다.
중국미술사 전공인 저자는 페라나칸 미술을 연구하기 위해 현지를 찾았다가 구체적인 삶의 역사가 누락된 문화 연구나 문화 담론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며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의문을 품고 페라나칸들의 삶을 파헤치는 '외도'를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페라나칸은 말레이어로 '현지에서 태어난 자'라는 뜻이지만 그저 중국계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이 책에서도 그렇게 쓰였다.
저자는 1786년에서 1930년대 말까지 페낭섬이라는 독특한 시공간에서 펼쳐진 동남아의 근대와 화인사회의 역사적 편린을 '아편, 주석, 고무'라는 키워드로 엮어간다.
문재인 대통령 정부의 '신남방 정책'으로 동남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때에 이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꼭 알아야 할 동남아 화교들의 삶과 지역사를 우리 시각으로 찬찬히 살핀 드문 역사서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푸른역사. 496쪽. 2만8천원.
▲ 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지음, 이지윤 옮김.
독일의 형법 전문 변호사인 저자가 자신이 담당한 사건 가운데 12건을 추려 전개 과정과 이면에 얽힌 사연을 정리했다.
12건 에피소드를 통해 저자는 '범죄자라고 모든 나쁜 사람일까'라는 질문에 '인간의 선악은 함부로 정의할 수 없다'라고 자답한다.
독일 아마존 종합 50주 연속 베스트셀러로 누적 판매량이 100만 부에 달한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의 후속작이다.
갤리온. 220쪽. 1만4천원.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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