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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공시’로 갈아타는 수능 1타 강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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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줄면서 수능시장 축소… 공시생은 매년 늘어 작년 41만명

수능과 출제경향도 비슷… 공시학원, 인기 강사 영입 적극적

동아일보

‘공시생을 구원하기 위해 국어의 신, 드디어 입성.’

최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와 온라인에 공개된 광고 내용 중 일부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인터넷강의(인강)를 하며 수험생에게 인기가 많았던 A 강사가 유명 공무원시험(공시) 학원으로 옮겼다는 내용이다. 공시생들은 강사를 ‘교수’라고 부른다. 덕분에 A 강사도 ‘쌤’에서 ‘교수님’이 됐다. 대입 준비 당시 A 강사의 인강을 들었다는 한 공시생은 15일 “족집게 강의로 유명했기 때문에 공시 수업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등 대입 학원가에서 이름을 날리던 이른바 ‘1타 강사’(수강생이 가장 많은 강사)들이 공시생 대상의 학원이나 인강으로 갈아타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한 입시학원에서 영어를 강의하던 B 강사와 C 강사는 올해부터 공시 강의를 병행 중이다. 영어 인강 미녀로 불린 D 강사도 EBS 등에서 수능 강의를 하다 공시 강의를 했다.

잘나가는 수능 강사들이 공시로 옮기는 건 학령인구 감소로 수능 준비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탓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음 달 치러질 2020학년도 수능 지원자는 54만8734명으로 역대 최저다. 5년 전 64만619명에서 10만 명가량 줄었다. 감소 추세는 앞으로 계속된다.

반면 공시생은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시생은 41만 명으로 전체 취업준비생(105만 명)의 약 40%였다. 2012년 29만 명이던 공시생은 2018년까지 연평균 6.0%씩 빠르게 늘었다. 같은 기간 민간기업 공채 준비생이 25만7000명에서 29만7000명으로 연평균 2.4%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공시생이 이처럼 빠르게 늘어난 건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 공약이 결정적이었다. 민간기업 취업문이 점점 좁아지는 가운데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취준생이 증가한 것이다.

공시 출제 방식이 수능과 비슷해진 것도 강사들의 이동에 영향을 미쳤다. 필수과목 중 하나인 국어는 문법 비중이 줄고 비문학 독해 비중이 증가했다. A 강사를 영입한 학원 측은 “출제 경향이 바뀌었는데도 기존의 일부 강사들은 여전히 문법만 강조해 일부 공시생은 수능 인강을 일부러 찾아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는 9급 공시에 고교 과목이 도입되기도 했다. 고졸자의 공직 진출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이전에는 국어와 영어 한국사 행정법총론 행정학개론이 필수였는데 지금은 국어와 영어 한국사 필수에 고교 과목(사회 과학 수학) 행정법총론 행정학개론 중 2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한 공시 학원 관계자는 “고교 과목이 도입되면서 수능 사탐·과탐을 가르치는 강사들이 먼저 공시 쪽으로 많이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공시 학원들은 잘나가는 수능 강사 영입에 긍정적이다. 수험생들이 수능을 준비하며 익숙해진 강사를 공시 준비 때 다시 선택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수능 강사가 공시에서도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사교육 관계자는 “공시생들은 유명 강사에게 무조건 팬덤을 보이지 않고, 강의 내용이나 수준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수강하지 않는다”며 “점점 취업난이 심해지는 현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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