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군-쿠르드 Vs 터키…확전 가능성↑
"한치 앞도 모르는 시리아…트럼프-에르도안 통화서 비롯"
중동서 美 신뢰 추락…러, 갈등 중재 자처하며 영향력 키워
"시리아 정부미군 철수 최대 수혜자러시아가 미군 철수 최대 수혜자"
터키가 13일(현지시간) 시리아 국경지역의 쿠르드족을 침공, 공습 당한 지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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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터키의 쿠르드족 공습이 사실상 시리아 침공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앙숙이었던 시리아 정부군과 쿠르드족이 힘을 합쳐 터키 침공에 맞서기로 합의한 뒤 향후 전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신들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그 자체”라며 “확전될 경우엔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내 열강들의 패권 경쟁도 한창이다. 미국은 시리아에서 “아예 발을 빼겠다”며 터키의 쿠르드족 침공을 사실상 묵인했고, 동맹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반면 미국과 세계 곳곳에서 대치하고 있는 러시아는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열중하고 있다.
독일 도이체벨레는 14일(현지시간)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이 맞붙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시리아 확전 가능성을 우려했다. AP통신은 “쿠르드족과 시리아군의 협정으로 향후 터키군과 시리아군이 직접 맞붙게 되면 중동 정세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리아 정부군은 현재 쿠르드족과의 합의 아래 북부 국경지역을 따라 배치된 상태다.
◇“시리아 혼돈·확전 우려…트럼프 철군 결정에서 시작”
CNN은 이날 톱기사를 통해 “시리아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며, 이같은 위기와 혼돈을 초래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철수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시리아 북동부 지역은 쿠르드족 자치정부가 통치하고 있다. 국토의 약 30%에 달한다. 쿠르드족이 주도하는 시리아 반군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은 지난 8년여 간의 내전 과정에서 이 지역을 장악하고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통제를 거부해왔다.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에도 시리아 정부군이 그간 이 지역을 섣불리 공격하지 못했던 것은 쿠르드족이 미국이라는 든든한 ‘뒷 배’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리아는 2011년 3월부터 내전에 시달려 왔다. 2014년 미국이, 2015년 러시아가 각각 반군과 정부군을 지원하며 내전에 개입했다.
미국은 쿠르드 반군을 지원하면서 러시아와 이란, 알 아사드 정권을 견제하는 동시에, 반군과 힘을 합쳐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는 전략을 펼쳐 왔다. 미국은 쿠르드족 민병대를 훈련시키기 위해 지상군 병력을 파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지난해 12월 “IS에게 승리했다”는 명분을 앞세워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선포했다. 최근에도 ‘돈이 많이 든다’면서 철군 결정을 재확인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수뇌부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철수를 결정했다며, 의사 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시리아 내 쿠르드 민병대를 상대로 군사행동에 나서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단독으로 철군을 결정했다는 지적이다.
터키는 지난 9일 쿠르드족을 상대로 공격을 단행했고, 사흘 뒤 트럼프 대통령은 북동부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1000여명의 미군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라고 지시했다. “동맹을 배신했다”는 비판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불(不)개입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사지에 내몰린 쿠르드족은 결국 한 때 적이었던 시리아 정부군에게 개입을 요청했고, 시리아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CNN은 “시리아 사태와 관련, 모든 혼돈은 트럼프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전화 통화에서 비롯됐다”고 거듭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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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철수 최대 수혜자…시리아 정부와 러시아
미군 철수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알 아사드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CNN을 비롯한 대다수 외신들은 “가장 큰 수혜자는 시리아 정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쿠르드족과 손을 잡은 것이 알 아사드 정부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선택이어서다.
북동부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인데다, 러시아의 후원을 받고 있는 만큼 터키의 공세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서다. CNN은 미국이 시리아 정부에게 북동부 진출 발판을 마련해준 셈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시리아 정부군의 북동부 진출은 미국과 러시아 간 힘의 균형이 변화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도 최대 수혜자 중 하나로 꼽힌다. 중동 지역에서의 신뢰를 잃고 있는 미국을 대신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여서다. 미국은 이번 철군 결정으로 “돈 때문이라면 동맹도 배신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12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동 갈등 해소를 위한 중재자를 자처했다. 러시아가 사우디와 군사·정치·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 사우디가 미국과 가장 가까운 중동 국가라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에게 보란 듯 살만 사우디 국왕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 지도부를 만나 ‘전략자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사우디를 “좋은 우방”이라고 추켜세우는 등 드러내놓고 미국의 자리를 대신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워싱턴포스트 “미국이 발을 뺀 중동 분쟁에서 러시아가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하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도 “미군의 철수 및 터키의 침략은 러시아가 책임있는 중재자 역할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미국의 동맹국들을 비롯한 이 지역의 많은 이들이 미국의 지도력을 불안정하게 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쿠르드 지원에 나섰지만 군사 대응이 아닌 경제 제재를 택했다. 터키와 진행해 온 1000억달러 규모의 무역협상을 즉각 중단하고 철강 관세를 5월 인하 이전의 수준인 50%까지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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