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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신간] 하버드 부모들은 어떻게 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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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북극 출장 중·코드걸스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 하버드 부모들은 어떻게 키웠을까 = 로널드 퍼거슨·타샤 로버트슨 지음, 정미나 옮김.

하버드대 교수와 언론인인 저자들이 15년간 하버드생을 비롯해 큰 성공을 거둔 수백 명의 성장 과정을 직접 인터뷰하고 분석한 프로젝트를 책으로 정리했다.

저자들은 과거 연구를 통해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서로 다른 양육 방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터라 성공한 사람들의 자녀 양육은 가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달랐다.

자녀를 성공적으로 키워낸 부모들에게서 인종, 사회적 지위, 경제적 능력, 교육 수준, 종교, 국적을 아우르는 공통적인 양육방식을 도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교육에 정답은 없지만, 공식은 있다"면서 성공적인 양육 공식을 8가지의 부모 역할로 요약했다.

예를 들면 부모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 두뇌 발달 놀이와 읽고 쓰기 활동을 자주 해주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왕성한 학습열을 키워주는 '조기학습 파트너'의 역할은 뇌가 성인의 90% 수준까지 발달하는 생후 5세까지의 아이에게 가장 중요하다.

이어서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항공기관사의 역할이 필요하다. 항공기관사가 기체의 시스템을 빠짐없이 모니터하면서 필요한 경우 개입하여 상황에 따른 직무를 수행하듯이 부모는 아이의 활동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과 시스템이 아이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기능하도록 살펴야 한다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이와 더불어 해결사, 계시자, 철학자, 롤모델, 협상가, GPS 등 아이의 성장단계와 처한 상황에 따라 수행해야 할 부모의 역할을 제시한다.

웅진지식하우스. 300쪽. 1만6천원.

연합뉴스


▲ 엄마는 북극 출장 중 = 이유경 지음.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인 저자가 과학자가 되기까지, 그리고 되고 나서 거친 과정과 애환,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관점 등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특히 여성과 엄마이자 과학자로서 겪어야 했던 힘겨운 줄타기에 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극지 빙하 소멸 지역의 육상 생태계 변화와 습지 툰드라 지역에서 토양 미생물이 이산화탄소와 메탄 발생에 얼마나 기여할지 등을 연구하는 저자는 업무 성격상 길게는 2주 넘게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다.

출장일이 가까워지면 자신이 없는 동안 가족이 챙겨 먹을 수 있도록 냉장고부터 채운다고 한 저자는 "'내가 아빠였다면 그냥 가방 싸서 출장을 가면 될 텐데, 어쩌면 가방도 부인이 싸줄 텐데'라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런 저자에게 노르웨이, 스웨덴 출장 때 목격한 현지 과학자들의 생활상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엄마, 아빠가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 한 사람이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아이들을 데려다준 뒤 출근하고, 먼저 퇴근한 엄마나 아빠가 아이들을 찾고 늦어도 저녁 6시면 가족 모두가 집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말 그대로 '저녁이 있는 삶'이었다.

한국에서도 저출산 대책의 일부로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와 같은 제도가 도입돼 상황이 한결 나아졌지만, 저자는 퇴근 후 7시쯤에나 귀가하는 상황에서는 저녁을 차려서 먹고 나면 9시가 넘어 가족끼리 이야기할 시간조차 없다면서 10세 미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월급을 덜 받더라도 일찍 귀가할 수 있도록 하는 단축 근무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에코리브르. 264쪽. 1만5천원.

연합뉴스


▲ 코드걸스 = 리자 먼디 지음, 이순호 옮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적군의 암호를 해독하는 능력이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암호 해독 담당자들이 대부분 여성이었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이며 싱크탱크 '새로운 미국 재단'의 선임연구원인 저자는 미국 육군과 해군의 암호해독 부서들이 작성한 방대한 기록물을 토대로 여성 암호 해독 요원들의 활약상을 정리했다.

'음지'에서 해야 하는 일의 특성이나 지루함을 견디는 인내력과 예리한 직관력을 함께 가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암호해독 업무를 여성들이 맡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당시엔 드물었던 여성 대졸자들에게 암호해독은 전례 없는 사회 진출의 기회이기도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은 가족과 떨어진 채 모여 살며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생활 속의 기쁨을 발견하며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찾아갔다.

진주만 공격을 지휘했던 일본 해군 사령관 야마모토 이소쿠로의 일정을 알아내 그가 탄 비행기를 격추한 것도, 연합군의 선박을 마구 침몰시키던 독일의 U보트를 소탕할 수 있었던 것도, 유럽 전선의 전세를 일거에 역전시킨 상륙작전의 공격지점에 관해 잘못된 정보를 흘려 독일군을 교란한 것도 여성 암호 해독자들의 활약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전쟁이 끝난 후 제대로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고 비밀엄수 규정 때문에 합당한 보상을 주장하기는커녕 할머니가 되도록 자신이 했던 일에 관해 발설할 수 없었다.

전쟁이 끝난 지 70여년이 지나서야 이들이 펼친 '종이 위의 격전', '앉아서 싸우는 전투'의 실상이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은 때로는 당국에 기밀 해제 요청까지 해가며 수백 상자에 달하는 서류들을 분석하고 지금까지 살아있는 여성 암호 해독자 20여명을 수소문해 인터뷰한 저자의 끈질긴 노력이 맺은 결실이다.

갈라파고스. 612쪽. 2만7천원.

연합뉴스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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