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 교수팀, 한·미 영화 속 남녀 캐릭터 정량 분석
여성 ‘수동적’ 묘사, 수치로 확인…여 평균 연령은 남성의 79% 수준
“잠재 의식 영향 고려해 제작을”
미국과 한국 영화 속에서 여성 캐릭터가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수치로 확인됐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병주 교수(사진) 연구팀은 2017년과 지난해 개봉된 미국과 한국 영화 총 40편을 대상으로 남녀 성역할을 분석한 결과를 14일 내놓았다.
연구진은 남녀 캐릭터의 성별 묘사를 분석하기 위해 숫자로 측정할 수 있는 8가지 지표를 개발했다. 감정적 다양성, 공간적 역동성, 공간적 점유도, 시간적 점유도, 평균 연령, 지적 이미지, 외양 강조도, 주변 물체의 빈도와 종류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미지 분석 기술을 활용해 캐릭터의 성별과 감정, 나이 등을 추출했으며 영화 화면에 놓인 사물의 종류와 위치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감정적 다양성’ 지표에서 여성 캐릭터는 슬픔, 공포, 놀람 같은 수동적인 감정이 많았지만, 남성은 분노와 싫음 같은 능동적인 감정을 더 많이 표현했다.
‘주변 물체의 빈도와 종류’ 지표에선 여성 캐릭터가 자동차와 함께 나오는 비율이 남성 캐릭터에 비해 55.7%에 그쳤지만, 가구와 함께 나오는 비율은 123.9%에 달했다. 영화 ‘분노의 질주’에서처럼 여주인공이 거친 레이싱을 벌이는 일은 드물다는 얘기다.
또 여성 캐릭터의 ‘시간적 점유도’를 분석했더니 남성 대비 56%였고, ‘평균 연령’에서 여성의 나이는 남성의 79.1%에 머물렀다. 특히 이 경향은 미국보다 국내 영화에서 더 강했다. 한국 영화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출연 분량이 적고 어린 경우가 더 많았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흥행 등을 기준으로 한국 영화에서는 <안시성> <협상> <곤지암> 등을,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맘마미아2> <메이즈 러너: 데스큐어>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등을 분석했다. 이 교수는 “영화 속 남녀 캐릭터 묘사가 대중의 잠재 의식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제작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다음달 11일 열리는 ‘컴퓨터 기반 협업 및 소셜 컴퓨팅 학회’에서 정식 발표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 최신 뉴스 ▶ 두고 두고 읽는 뉴스 ▶ 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