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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튀니지 대선, ‘로보캅’ 법학자 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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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험 없어…부정부패 엄벌·공정성 앞세워 인기

중동·아프리카 민주화운동인 2011년 ‘아랍의 봄’ 발원지인 북아프리카 튀니지 대선에서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전직 교수가 승리했다. ‘아랍의 봄’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는 경제, 기성 정치권에 만연한 부정부패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결과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 출구조사 결과, 대학에서 헌법을 가르쳤던 전직 교수 카이스 사이드(61·사진)가 최소 72% 이상을 득표, 미디어재벌 나빌 카루이에게 40%포인트 이상 앞서며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고 알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사이드는 특히 청년층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여론조사기관 시그마에 따르면 18~25세 청년층의 90%가 사이드를 지지했다.

사이드는 출구조사 결과 윤곽이 드러난 14일 “튀니지 역사에 새 페이지를 연 젊은이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지언론은 사이드의 솔직하고 청렴한 이미지가 기성 정치인들에게 실망한 튀니지 유권자를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했다. 사이드는 대선에 출마하기 전 20년 넘게 튀니스대학에서 헌법을 가르쳤다. ‘아랍의 봄’ 이후 헌법 전문가로 TV방송에 자주 나오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정치경험은 없다. 이번 선거도 소속 정당 없이 선거를 치렀다. 선거자금은 대출을 받았으며, 지지자들의 소액 기부에도 의존했다. 부정부패를 엄격히 처벌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로보캅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특히 빈곤율을 개선하고, 극빈층에 교육과 의료기회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젊은층의 불만도 파고들었다.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공정성도 인기를 끌었다. 그는 대선 결선 투표를 약 일주일 앞두고 상대 후보 카루이가 수감된 상태에서 혼자 대선 운동을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대선 운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카루이는 지난 8월23일 돈세탁과 탈세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가 대선 결선을 나흘 앞둔 지난 9일 풀려났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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