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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전문가 기고] 범람하는 위기론과 삼성전자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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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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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내년 경제 및 투자환경을 가늠해 보는 시기다. 현재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타이틀을 본다면 내년 환경은 암울하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단어는 '위기'이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들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자산을 매도해야 할까.

하지만 주식·자산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상당히 결이 다른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안정 의지에도 불구하고 다시 반등하는 모습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1년 중 최고치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주된 매수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위기론이 범람하는 나라의 대표 주식을 외국인 투자자가 꾸준히 사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경기 부진을 정치적 목적 등으로 과잉 해석하는 경우나, 투자자들의 일반적인 낙관 편향 등이 섞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기적인 경기흐름과 자산시장 가격 간 관계가 변했기 때문으로 본다. 최근 주식가격 또는 자산가격의 변동을 설명하는 경기사이클의 역할이 점차 희석되고 있는 반면, 경기사이클의 자리를 다른 요인이 점차 차지하고 있어서다.

이번 경기사이클의 특징은 사이클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상승기와 하락기의 경제성장률 진폭이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를 비교해 보면, 큰 폭의 조기 추경이 거론될 만큼 체감적으로 경기가 지난해보다 크게 후퇴한 것 같지만 실제 성장률 격차는 0.5% 포인트 내외다.

과거 성장률 후퇴기 낙폭과 비교해 보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지난 경기 상승기에도 성장률 상승폭은 과거 대비 크게 줄었다. 과거 비교적 뚜렷했던 경기 확장기와 둔화기의 성장률 격차가 최근으로 오면서 잠재성장률 중심으로 0.3~0.4% 포인트 사이에 갇힌 모습이다.

주식시장의 변동 폭도 이런 모습일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긴 횡보국면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단기 사이클이나 연간 변동성이 줄었다고 보긴 어렵다.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 등 전반적인 자산가격의 변동 역시 마찬가지다.

줄기는커녕 체감적으로는 오히려 사이클이 단기화되고 변동성이 더 커진 느낌이다. 이는 최근 들어 주식시장 변동에 대한 경기 변동의 설명력이 눈에 띄게 줄었음을 의미한다. 그럼 어떤 부분이 경기 변동의 설명력을 메우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최근 경기사이클을 약화시키거나 사라지게 만든 요인이 이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최근 경기사이클은 왜 사라지고 있을까. 구조적으로 글로벌 교역 탄력성이 떨어지며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성장률의 수준이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진 데도 있다.

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나 중앙은행이 지나치게 자주 그리고 대규모로 개입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흐름이 뚜렷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은 후 순차적으로 유럽으로 위기가 확산되고 중국의 성장세가 급하게 꺾이면서 각국 정부 및 중앙은행들이 시장의 동요에 민감해졌다. 그리고 당면한 위기관리에 치중하면서 대규모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시작됐다.

펀더멘털이 훼손된 상태에서 정책을 통해 펀더멘털을 지지하는 만큼, 위기국면이 지난 이후에도 경제는 여전히 정책의 개입과 관리가 많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잦은 추경이 그 예다.

중앙은행과 정부의 정책은 결국 돈이다. 결국 막대한 유동성이 경기사이클을 과거에 비해 완만하게 만들었고, 주식시장에서도 경기사이클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 이 유동성 흐름의 출발점은 어디인가? 두말할 나위 없이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하나로 연결돼 있고 금융시장의 공통분모가 되는 통화가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임을 생각하면, 미 연준은 금융시장에서 실질적으로 글로벌 중앙은행의 위상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또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급된 유동성이 미국의 양적완화에서 출발한 결과물이란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이 관점에서 우리 주식시장이 지난해 11월 말과 올해 9월 이후 상승국면으로 방향을 전환한 가장 직접적인 동인은 미 연준의 태도 변화에 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내년 경제 상황이 올해보다 좋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흐름은 올해보다 나을 가능성이 있다. 미 연준의 금리가 적어도 지금보다 50bp 이상 하락해 있을 것이고, 대부분 중앙은행이 이 흐름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자산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동인인 유동성이 그만큼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내년 11월로 예정된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발 무역분쟁 위험이 조금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도 덤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남아 있는 만큼 주식시장의 상승 폭과 기간에는 분명 제약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위험을 무조건 회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보미 기자 lbm929@ajunews.com

이보미 lbm92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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