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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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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美서 통했다…현지작가 200명·월900만명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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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웹툰 북미시장 석권 ◆

매일경제

지난 12~1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코믹콘 행사에서 현지 팬들이 네이버 웹툰의 만화 `로어 올림퍼스`를 코스프레한 모습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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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어요. '웹툰'의 시작이 한국이라는 걸. 스마트폰으로 보기 편해서 매일 보고 있어요.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A코믹콘 현장에서 만난 코럴 제이미슨(26·LA거주)씨는 이렇게 말했다. 네이버가 한국의 웹툰 제작 노하우를 들고 미국을 처음 찾은 것이 지난 2014년. 이제 북미에서 월간 900만명의 독자들이 네이버가 만든 웹툰 플랫폼 '웹툰'(WEBTOON)을 방문하고 있다. 웹툰의 유저 중 75%가 24세 이하일 정도로 10·20 세대에게 특히 인기다. 이런 숫자가 증명하듯, 이날 LA코믹콘 현장 한켠에 마련된 네이버 웹툰의 부스에는 작가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선 팬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웹툰' 플랫폼에서 2억 5000만명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인기 웹툰 '로어 올림퍼스'를 그린 레이첼 스마이스 작가의 서명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이들은 한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을 정도로 큰 인기였다. 사인을 받은 뒤 본지와 만난 에이미 루손 하워드(40·어바인거주)씨는 "한시간 정도 기다렸지만 전혀 기다림이 아깝지 않았다"고 했다.

'로어 올림퍼스'는 그리스 신화를 디즈니 풍의 그림체에 환상적인 색채로 그려낸 스마이스 작가의 첫 작품.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7월에는 미국 만화계의 아카데미라 할 수 있는 아이즈너 어워드의 후보에 올랐고, 지난 10일에는 미국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자인 짐 핸슨이 이 작품을 만화영화로 만들 계획도 발표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웹툰'이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텐츠 시장인 북미에서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았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네이버는 책으로 보던 '만화'를 스마트폰에서 보는 '웹툰'이라는 형태로 옮기는 과정에서 컨텐츠가 끊임없이 생산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생태계를 잘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증거로 네이버의 '웹툰' 플랫폼에 포함돼 있는 신진작가 등용문 '캔버스'(Canvas)에는 하루에 1000개 이상의 에피소드가 꾸준하게 올라오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58만명의 작가들이 작품을 올리고 있다. 여기서 작품성과 작화실력 등을 네이버 에디터들에게 인정받으면 정식으로 네이버웹툰과 계약하게 되고 '웹툰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만들게 된다. 현재 오리지널 작가수는 약 200명이며, 매주 150개의 작품들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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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13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코믹콘(Comic Con)현장에서 네이버가 만든 '웹툰' 플랫폼에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북미 작가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팬들의 모습. <사진제공=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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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웹툰 컨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있는 비결은 한국에서 했던 웹툰 제작 생태계 조성의 노하우를 미국 현지에 잘 이식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데이비드 리 네이버웹툰 북미 컨텐츠 부문 총괄은 "미국에서는 만화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출판사가 갖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만화를 그리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이 어려운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이버는 이미 한국에서 웹툰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광고수익을 작가들과 일정 비율로 나눠갖는 시스템에 익숙해 져 있던 상태. 이를 북미에 그대로 도입하니 작가들이 처음에는 매우 의아해 했다고 한다. 웹툰 작가인 메리 웨더레이는 "처음 (네이버웹툰 측이) 원고료 등의 조건을 가지고 접근해 왔을 때 우리 부모님들은 아시아인들이 사기치는 거라며 절대 믿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네이버는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던 '미리보기' 유료서비스를 '패스트패스'라는 이름으로 북미에도 출시했다. 약 500~600원 정도의 금액을 결제하면 무료로는 볼 수 없는 다음회차 웹툰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그런데 이 제도가 의외로 작가들로 하여금 꾸준하게 작품을 생산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가들이 꾸준하게 다음회차 작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패스트패스 매출 또한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이 갖고 있는 이런 여러 장치들 덕분에 지금은 매달 1억원 이상을 받는 북미 웹툰 작가들이 탄생하고 있다.

2014년 네이버웹툰이 북미시장을 개척하던 초기에는 한국 웹툰 작가들의 작품을 그대로 영어번역해서 미국 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 작품들을 보고, '나도 웹툰작가 해 보겠다'고 도전한 이들이 매우 많았다. 데이비드 리 네이버웹툰 북미컨텐츠 총괄은 "한국에서 확실한 팬덤을 형성한 작품들이 현지 작가들에게 롤모델이 되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네이버웹툰은 한국에서 이미 검증된 '도전만화'라는 작가 등용문 시스템을 북미에 이식하여 '캔버스'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 결과 북미에서는 '캔버스'만을 보는 고정 독자층이 생겨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캔버스' 상에서의 작품활동만으로도 안정적 광고수익을 얻는 작가들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네이버는 2004년 사내 부서로서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고,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2014년부터 해외에 적용해 보기로 결정한 뒤 월간 방문자수 6000만명을 지난 9월 돌파했다. 사내 셀(Cell) 조직으로 웹툰 사업부를 운영하던 네이버는 해당 비즈니스의 수익성이 입증되자 2017년 사업부를 분사시켰다.

[로스앤젤레스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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