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 틈새 이용 자회사 통해 군납서 급식시장까지
100% 출자 엠플러스에프엔씨, 수입콩 두부로 영역 확장
마트 등 소매시장 진출시 중소기업 사업영역 타격 불가피
두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되도 솜방망이 우려
자산만 9조원에 가까운 군인공제회가 자회사를 통해 일반 두부제조시장에 진출, 사업을 확대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연간 약 7000억원 규모인 국내 두부시장을 놓고 대상, 풀무원, CJ 등 대·중견·중소기업들이 격전을 벌이고 있고, 중소기업들의 생존을 위해 2011년부터 두부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보호하고 있는 가운데 '사각지대'에 있는 군인공제회가 빈틈을 노려 무차별 시장 확대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군인 및 군무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고 국군의 전력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1984년 설립된 군인공제회는 비영리단체로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 관련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14일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군인공제회는 자회사인 엠플러스에프엔씨(엠플러스F&C)를 통해 수입콩을 이용, 두부를 제조해 군납을 넘어 일반 단체급식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중소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관련 중소기업들은 엠플러스F&C가 마트 등 일반 두부시장 진출 추가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중소기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출자해 2015년 설립한 엠플러스F&C 역시 비영리법인에 속한다.
당초 엠플러스F&C는 두부, 순두부, 콩나물, 전투화·전투복 등 군수품 등을 제조해 군에 납품하기 위한 조직으로 탄생했다.
중소기업들이 사업을 침범당했다고 토로하고 있는 두부, 순두부의 경우 엠플러스F&C는 국산콩을 이용한 군납 식품만 제조해왔다. 그러다 수입콩까지 영역을 넓히며 이를 이용한 두부 등을 제조해 급식 및 일반 소매시장 등으로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단체급식과 일반 소비자들이 찾는 마트는 중소기업과 영역이 겹치는 접점이다.
정종조 한국연식품조합연합회장(왼쪽 3번째)이 1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군인공제회 자회사인 엠플러스에프엔씨가 급식 등 일반 두부시장에 진출한 것을 두고 회원사 관계자들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중기중앙회 |
정종호 연식품조합연합회장은 "군인공제회는 군인과 군무원을 위한 비영리 특수법인임을 망각하고 100% 출자한 자회사를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이 사업하고 있는 두부시장까지 진출해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엠플러스F&C는 수입콩으로 제조한 민간 두부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연식품조합에는 전국의 10개 중소기업 협동조합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고 이들 조합에는 두부류를 생산, 가공, 판매하고 있는 중소기업 1500여 곳이 속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약 7000억원 규모인 국내 두부시장에서 수입콩은 70%가 약간 넘는 5000억원 정도다. 2016년 당시 수입콩을 838톤(t) 정도 들여온 엠플러스F&C는 2017년엔 739t, 2018년엔 1103t의 콩을 중국 등 해외에서 각각 들여왔다.
엠플러스F&C는 지난해 5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국산콩을 활용한 제품 매출은 약 210억원, 수입콩 제품은 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수입콩 시장에서 차지하는 엠플러스F&C의 매출 비중은 전체 시장(5000억원)의 1% 정도로 아직까진 미미한 수준이다.
연식품조합 관계자는 "군인공제회가 100% 자금을 댄 엠플러스F&C는 모법인을 통해 일반 중소기업들은 상상도 못하는 초저금리를 활용할 수 있는 등 무한한 자금력을 갖고 있어 제품 가격 후려치기 등을 통해 경쟁 중소기업들을 고사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특히 연식품조합 등 관련 중소기업들은 두부를 놓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넘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군인공제회와 엠플러스F&C가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무차별 사업확장에 대해 제도적으로 막을 방안이 없다는 것에 더욱 안타까워하고 있다.
연식품조합이 주축이 돼 동반성장위원회에 신청한 '두부 및 유사 식품 제조업' 생계형 적합업종은 현재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로 넘어가 관련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엠플러스F&C는 이날 연식품조합의 대응에 대해 "2016년 이후 군납 두부가 공개경쟁 입찰로 전환되면서 다수의 중소기업들이 참여했고, 이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져 본사의 매출도 대폭 감소해 자구책 일환으로 민수시장 진출에 노력하고 있다"면서 "B2B사업인 단체급식업체 위주로만 하고 있고 대부분의 생계형 소상공인들이 경쟁하고 있는 B2C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승호 기자 bada@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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