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죽 벗어나 간편식 주도, 파우치죽 시장 절반이상 차지
CJ, 뛰어난 쌀 품질로 1위 추격-동원, 전통비법으로 방어
[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국내 죽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외식 매장에서 판매하는 죽은 '환자식', 식품업계가 내놓은 상품죽의 경우 용기죽 형태의 간단한 '요깃거리'로 취급돼왔지만 최근 가정간편식(HMR) 형태 파우치죽이 속속 출시되며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것. CJ의 맹활약으로 동원, 오뚜기 등이 수십년 간 선점해온 시장점유율(MS) 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상품죽시장 규모는 116억7400만원에 달한다. MS 43%를 기록한 1위는 '양반죽'으로 유명한 동원F&B다. 2위(38%)는 지난해 말 비비고 죽을 선보이며 시장에 합류한 CJ제일제당. 오뚜기 등 기타 식품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19%가량이다.
동원 '양반죽' |
주목할 만한 점은 죽시장이 '용기' 위주에서 '파우치'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 용기시장은 지난 1월 84억2000만원을 달성한 이후 3월 79억5200만원, 5월 72억4000만원 등으로 점차 축소됐다. 반면 지난해 10월 3억9400만원 규모에 불과했던 파우치시장은 올해 1월 26억700만원으로 규모가 대폭 확대됐고 8월 42억2800만원으로 용기시장의 절반 이상으로 성장했다. 파우치 형태는 용량과 재료 등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어 프리미엄 제품 제조에 유리하다. 파우치 죽의 성장으로 상품죽 유통 채널도 확대됐다. 편의점 위주에서 대형마트, 체인 슈퍼까지 파우치 죽 판매를 늘렸다.
특히 후발주자인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상온' 파우치죽으로 승부를 던졌다. 용기를 과감히 탈피하되 국내 상온죽시장이 상승세를 보인다는 점에 착안해 냉장죽이 아닌 상온 형태를 선택한 것. 업계는 올해 상온죽시장이 1200억원 이상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닐슨에 따르면 국내 상온죽시장은 2015년 410억원, 2016년 563억원, 2017년 717억원, 2018년 884억원으로 매년 2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상온죽시장 규모는 1050억원에 달했지만 냉장죽시장은 135억원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온 레토르트 상품의 경우 냉장에 비해 식감과 신선함이 떨어질 수 있어 제조 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다양한 HMR 제품을 제조하고 있어 상온 레토르트 기술이 독보적이다. 국내 유일하게 자가 도정 기술을 갖추고 있어 죽의 기본인 쌀 품질도 뛰어나다. 지난 8월 말 기준 MS 37.7%를 기록하며 1위 동원(42.9%) 양반죽과의 격차를 9% 내외까지 좁혔다.
CJ '비비고 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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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1위 자리를 고수해왔던 동원F&B는 CJ의 추격에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28년 만에 상온 파우치죽시장에 진출하며 변화를 꾀했다. 동원이 지난 7월 선보인 양반 파우치죽은 '가마솥 전통 방식'으로 만든다. 죽을 끓여놓고 용기에 담는 것이 아니라 쌀과 원재료를 함께 끓여내는 방식이다.
지난 11일에는 풀무원식품이 파우치 형태 '슈퍼곡물죽' 3종을 출시하며 시장에 합류했다. 풀무원은 상온이 아닌 냉장 제품 형태다. 풀무원 관계자는 "제품의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냉장 파우치시장에서 제품 차별화로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곡물죽은 백미의 함량을 줄인 만큼 몸에 좋은 슈퍼 곡물로 대체해 만든 죽이다. 기존 죽 제품과 달리 씹는 맛을 극대화했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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