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전기설비사업자, 안전조치 비용은 물론 배터리 화재의 위험성 모두 떠안는 신세
지난달 30일 경북 군위의 태양광발전시설 ESS 저장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사진=연합뉴스 |
국내에서 계속해 발생하고 있는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부실한 조사'라는 지적과 함께, 안전조치의 실현 가능성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회는 2017년 8월부터 이어져 온 23건의 ESS화재에 대해 원인을 규명하고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조치를 내놨다. 하지만 공식적인 발표 이후에도 3건의 ESS화재가 발생하며 안전강화대책에 대한 부실 논란과 함께, 대부분 사업장에 제대로 시행조차 안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SS화재로 전기설비사업자에게만 '불똥'이 튄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ESS화재로 인해 이를 설비한 전기사업자에게만 부담이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6월 민관합동 조사위가 ESS화재의 원인을 밝히고 그에 따른 대책을 내놨지만 결국 모든 안전조치는 전기사업자 혼자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ESS화재 안전조치의 대상이 전기설비를 하는 사업자다"며 "사업자들이 자기 돈을 들여서 화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보완 조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에너지저장장치다. 밤이나 바람이 없는 날 등 태양광·풍력이 전기를 생산할 수 없을 때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꼭 필요한 장치로 여겨진다. 현재 국내에서 ESS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에는 LG화학과 삼성SDI 등이 있으며 전체 ESS 사업장은 총 1173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조치 시행에 현실성이 있었던 것인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전기설비사업자가 개인 돈을 들여 설비를 갖춰야 해 자본력이 되지 않는 이들에 대한 후속 대책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도 ESS 전체 사업장 중 안전조치를 실제 이행했거나 아예 ESS를 철거한 업체는 104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부 관계자는 안전조치가 법적인 강제사항도 아니라고 밝혀, 탁상공론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국내 ESS화재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LG화학도 여전히 '배터리 리콜' 관련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전기설비사업자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해당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이라는 결과가 먼저 나와야 한다"며 "그래서 올해 말까지 원인 규명을 하기 위해 가혹한 환경에서의 실험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터리가 원인으로 지목되지 않을 경우, 전기설비사업자는 ESS화재의 위험성을 그대로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독려하고 있는 안전조치의 이행도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태양광이나 풍력에 나가있는 ESS는 현실적으로 관리 인력이 없다"며 "안전조치에 따른 설비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를 계속해서 유지·관리 할 수 있는 인력·자본·기술력이 없는 것이 문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안전조치가 다 이뤄진다고 해도 ESS화재 문제가 개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수지 수습기자 sjkim2935@metroseoul.co.kr
ⓒ 메트로신문(http://www.metroseoul.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문의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