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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마켓인]국민연금, 5년 만에 외화계좌 한도 늘려…정액으론 한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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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 231조 달해…외화계좌 3억달러→6억달러로

공무원·사학연금 한도 없어…"정률로 투자한도 늘려야"

2%도 안되는 예금만 투자…“연기금 수익률 마이너스”

이데일리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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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국민연금기금(이하 국민연금)이 하루 평균 3억 달러로 제한하고 있던 외화계좌 한도를 6억달러로 상향했다. 해외투자 확대에 부응하는 데 필요한 외환 조달을 더욱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만 해외투자 규모만 230조원이 넘어서는 데 비해 외화계좌 한도는 3억 달러 증가에 불과해 정액보다는 비율로 한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외환거래 급증에 외화계좌 5년 만에 상향

13일 국민연금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1일 외화 단기자금 한도를 분기별 일일 평균 잔액 3억 달러에서 6억 달러로 상향하는 기금운용지침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외화 단기자금은 미국 달러로 해외투자 자금 조달을 위해 일시적으로 보유하는 현금성 자산을 말한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2013년에 금고 은행에 외국통화의 출납이 가능한 예금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2014년 7월부터 외화계좌를 설치·운영했다. 외화계좌 운영 시 불가피하게 외화 단기자금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에 환 헤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분기별 일 평잔 미화 3억 달러 이내에서 운용하도록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했다.

하지만 3억 달러라는 기준은 5년 전에 대체로 거래되는 규모를 고려해서 만들었으므로 최근 해외투자 확대 기조(2018년 해외투자 비중 30.1%→50%)에 맞춰 외화 단기자금 한도를 상향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7월 하루 평균 은행 간 외환거래는 260억6000만 달러로 2014년 201억4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29.4% 증가했다. 이 기간 현물환 거래만 따져도 79억9000만 달러에서 92억2000만 달러로 15.4% 늘었다.

특히 국민연금은 최근 상반기 기금운용 정기감사를 통해 3억 달러에 불과한 외화 단기자금 운용 규모 제한에 환전 금액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외화 단기자금을 기존에 분기별 일 평잔 미화 3억 달러 한도 내에서 운용하고 있다”며 “한도를 넘어서게 되면 원화로 바꿔서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국민연금이 외화를 통한 해외투자로 이자, 배당 등 수익이 3억 달러를 넘어서게 되면 나머지는 원화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한 연기금 CIO는 “국민연금이 당시 환전에 따른 거래 비용을 줄이고 환율 변동 상황에서도 원활하게 외화를 조달하기 위해 외화 계좌를 만들었던 것으로 안다”며 “외환거래 증가에도 3억 달러라는 절대 금액을 가져가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 “해외 투자 확대에 맞춰 정액보다 비율로 따져야”

한편에서는 국민연금이 외화계좌 한도를 단순하게 정액으로 잡는 게 아니라 해외투자 규모의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5년 새 국민연금 해외투자 규모만 130조원이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올해 상반기 말 해외투자 규모는 해외주식 145조3000억원, 해외채권 30조3000억원, 해외대체 55조7000억원 등 총 231조3000억원에 달한다. 2014년에는 해외주식 56조6000억원, 해외채권 20조6000억원, 해외대체 24조5000억원 등 불과 101조7000억원으로 현재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30% 수준의 해외투자 비중을 오는 2024년까지 5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공적 연기금 가운데 국민연금만 해외투자 비중이 크다 보니 따로 상한도 정해둔 것”이라며 “늘어나는 자산과 비교해 해외계좌 한도도 비율로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만 봐도 단기자금 운용에서 한도를 정해놓지 않았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주로 해외투자를 펀드로 진행하는 데다 설령 단기자금이 생기더라도 한도를 설정해두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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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예금에만 투자…“수익률에 부정적 영향”

외화 단기자금 운용에서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국민연금 감사실은 정기예금 및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MMDA) 등에만 투자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외화 단기자금 운용·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시중은행에 단기자금으로 예치한 규모는 2014년 6000억원에 불과했으나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올해 4조원에 육박한다. 연도별 단기상품 예치 금리를 보면 정기예금은 대부분 2% 미만에 그쳤으며 MMDA는 1% 미만인 경우도 있다.

국민연금기금 운용규정을 보면 외화 단기자금의 투자대상은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정기예금, MMDA, 단기금융간접투자기구(MMF), 환매조건부 채권(RP), 보통예금, 단기 국채 등이다. 이 밖에도 투자위원회가 외화 단기자금 운용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금융상품은 투자해도 된다.

김 의원은 “단기자금은 이자율이 매우 낮아 연기금 수익률에 사실상 마이너스 영향”이라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투자처 발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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