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사진=ETR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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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인공지능(AI)을 가장 잘 다루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이 ETRI를 ‘국가지능화종합연구기관’으로 탈바꿈하겠다며 던진 말이다. 김 원장은 취임 직후 AI·통신미디어·사회지능화·창의 등 4개 연구소, 기술정책·표준·정보보호 등 3개 연구본부로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추진했다. 내외부에서 반발도 적지 않았다.
“AI연구소 하겠다고 하니 밖에선 찬성 비율이 80%, 반대가 20% 였지만, 조직 안에선 찬성이 20%, 반대가 80%였어요. ‘ETRI는 통신·부품·소프트웨어 연구소인데 무슨 인공지능이냐’며 따져 묻는 분도 있었죠. 그래서 제가 AI 알고리즘만 보지 말라고 했습니다. 알파고도 1200개 CPU(중앙처리장치)가 들어간 슈퍼컴퓨터 2대를 돌렸어요. 인공위성, 해저케이블 등 네트워크 기술도 동원했죠. ETRI는 이런 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충분히 해볼 수 있다는 겁니다. 설득에 설득을 거쳐 지금은 찬성 50%, 반대 50%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과거 ETRI는 우리나라 전자통신 분야를 선도하며 TDX(전전자 교환기)·CDMA(무선분할다중접속)·반도체 기술을 개발, 우리나라를 IT(정보기술) 강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옛 명성에 안주하다 보니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사진=ETRI |
김 원장의 새 비전이 전화위복이 될지, 혹은 성과 없는 악전고투가 될 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분야에서 뒤처지면 영원히 도태될 수 밖에 없어요. 국가지능화종합연구기관 사업계획서 들고 대기업들을 찾아갔더니 ‘우리와 함께 일할 게 많다’며 쌍수를 들고 반기더군요.”
전문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구원·기업을 위해 김 원장은 ‘AI 아카데미’도 개설한다. “하반기부터 내부 직원 1000명에게 AI 교육을 할 거예요. 단기·장기코스 만들고, 인터넷교육과 실습과정도 마련할 겁니다. 시범교육을 마치면 다른 연구원과 기업에도 개방할 생각입니다.”
김 원장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소형 R&D(연구·개발) 과제의 89%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프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승률을 올리듯 연구원은 과제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중소기업에서 2년 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으로 2년 반 일한 후 ETRI에 돌아와 보니 과제가 수많은 잡목처럼 파편화돼 있어요. 10년 전 제가 기획본부장 재임 시절에 평균 25억원 수준에 300개 정도였는 데 지금은 10억짜리가 약 580개 정도 됩니다. 게다가 5억원 미만 생활형 과제는 기업들이 하는 과제와 충돌했어요. 이 과제부터 정리하자고 선언했죠. 임기 내 소형 과제 89% 정도를 중단시킬 겁니다.”
대신 대형과제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복안이다. 앞으로 3년간 500억원 미만 범위에서 3~4개 정도 플래그십 대형과제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내부 과제 선정 평가 절차도 마련키로 했다. “좋은 학술대회에 100편의 논문이 오면 채택률은 30편 정도죠.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등극하려면 연구원 내부에 치열한 과제선정절차가 필요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 이런 장치를 설치한 곳(출연연)이 없어요.”
김 원장은 1986년부터 2016년까지 ETRI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기획본부장, 창의연구본부장, 소프트웨어·콘텐츠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2016년부터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부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으로 활동했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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