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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DNA가 밝힌 古代… 기원전 2750년에도 사회적 불평등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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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하버드대, 104명 유골 DNA분석… 같은 시기 묘지 유물도 함께 조사

동아일보

연구팀은 기원전 2750년에서 기원전 1300년 사이 독일 남부 레히강 계곡 근처에 살던 고대 일가족의 DNA를 분석했다. 사진은 레히강의 모습. 위키피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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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밝혀졌다. 용의자 색출의 일등공신은 DNA였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해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용의자를 찾아냈다.

DNA 분석은 범죄 수사에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고고학 분야에서도 DNA 분석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DNA 고고학’이란 학문이 따로 존재할 정도다. 유물을 통해 어렴풋이 추정해볼 수 있던 고대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조금 더 넓혀 주고 있다. 특히 고대에도 제도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이 존재했음이 최근 DNA 고고학 연구를 통해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데이비드 라이크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DNA 분석을 통해 기원전 2750년에서 기원전 1300년 사이 독일 남부에 살던 고대 일가족 구성원 간에도 사회적 불평등이 존재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11일자에 공개했다.

이들 가족이 발견된 독일 남부 레히강 계곡 근처에서는 작은 농장들을 중심으로 농업이 이뤄졌다. 이들 농장 근처에서는 묘지 흔적도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 지역에 살던 정착민의 친족관계와 사회적 구성을 알아보기 위해 묘지에서 발견된 104명의 유골 DNA를 분석했다. 이들이 살던 정확한 시기를 알아내기 위해 동위원소 분석 데이터와 기존의 고고학 데이터도 함께 분석했다.

연구팀은 당시 가족 구조가 복잡했고 친족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계급이 존재했음을 뒷받침하는 흔적을 발견했다.

분석에 따르면 당시 가족은 친족인 구성원과 혈연관계가 없는 구성원으로 이뤄졌다. 거의 모든 가족에서 여성은 남성과 유전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집단 밖에서 배우자를 구하는 족외혼이 성행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는 당시 대다수 남성은 부족을 떠나지 않았거나 어떤 사회적 규약에 따라 죽음에 임박해 고향으로 돌아온 반면 여성들은 대부분 결혼을 위해 고향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족 구성은 기원전 1100년경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서 나타난 가족 형태와 유사하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친족 구성원들과 혈연관계가 없는 노예들이 가문을 형성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 결과는 그보다 몇 백 년 앞서 가족 내에 불평등한 처우를 받던 구성원이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같은 시기 묘지에서 발굴된 유물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했다. 묘지에서 나온 유물은 부와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이 분석에서도 부모의 부와 사회적 지위가 사실상 세습되는 지금처럼 당시에도 불평등이 자식으로 이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부모의 묘지에서 많은 유물이 나온 경우 자식의 묘지에서도 유물이 많이 발견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고대에도 사회적 지위가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얻어지는 것보다는 상속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라이크 교수는 “출토되는 유물만으로는 고대인의 문화와 제도를 알기에는 제한적”이라며 “DNA 분석은 이런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또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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