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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분수대] 좌표에 좌표를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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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하현옥 금융팀장


별것 아닌 사과와 파리도 누군가에겐 세상을 바꾸는 발견의 계기가 된다. 영국의 과학자 아이작 뉴턴(1642~1727)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중력을 발견했고 이는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이어졌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로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르네 데카르트(1596~1650)는 좌표를 발견해 수학의 발전에 새 장을 열었다.

좌표(座標)는 직선이나 평면, 혹은 공간에서 특정한 위치를 지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값을 뜻한다. 평면에서는 가로축(x축)과 세로축(y축), 공간으로 확대하면 높이 축(z축) 상에 위치를 숫자로 표시한다. ‘30년 전쟁’(1618~48)에 참전했던 데카르트가 침대에 누워 천장에 붙은 파리의 위치를 수학적으로 표현할 방법을 떠올리다 좌표를 고안했다.

좌표는 일상생활에도 널리 쓰인다. 내비게이션이 대표적이다. 세상 전체를 좌표로 놓고 위성으로 내 위치와 목적지의 위치값을 알려준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사람이나 동물의 움직임과 표정을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 쓰이는 ‘모션 캡처’ 기술도 좌표를 활용한 것이다. 몸에 센서를 달아 그 좌표값을 통해 표정과 동작을 생생하게 구현해낸다.

이렇게 길잡이 노릇을 하는 좌표의 의미가 한국에서는 비틀려 쓰이고 있다. 진영 논리가 첨예하게 맞서는 온라인 공간에서 ‘좌표를 찍는’ 행위는 상대를 향한 공격이나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뉴스 댓글이나 청와대 청원 등의 링크를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틀고자 공격 지점의 좌표를 찍고 화력 지원을 받아 맹공을 퍼붓는 방식으로 세를 과시하는 것이다. 좌표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다라야 할 지점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다. 하지만 난무하는 좌표 속에 한국 사회는 가야 할 좌표를 잃은 듯 하다.

하현옥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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