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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하게 차곡차곡 쌓아온 성소수자의 역사…서울 합정지구 기획전 ‘퀴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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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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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벗읍시다!”

한국에서 첫 성적소수자 단체로 알려진 ‘초동회’의 소식지 1호에 실린 문구다. 1994년 1월 25일 발간한 이 소식지에서 초동회란 “‘초록은 동색이다’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흩어진 그룹을 연결해 동성애자로서 떳떳하게 살아갈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단체”라고 적혀있다. 원본이 한 장밖에 남지 않은 이 자료의 복사판을 서울 마포구 ‘합정지구’에서 열리는 전시 ‘퀴어락’에서 볼 수 있다.

‘퀴어락’ 전시의 출발점은 2009년 정식으로 문을 연 ‘한국퀴어아카이브(퀴어락)’다. 2002년 설립한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가 수집한 2000여 편의 국내외 성소수자 관련 도서, 문서, 영상을 열람할 수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서울에서 활동하는 이강승 작가는 퀴어락에서 우연히 발견한 트랜스젠더 여성의 일기장을 보고 전시를 기획했다. 일기장 속 자기혐오와 희망을 보며 “성소수자의 이야기가 젠더 차원이 아닌 역사의 일부로 다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아카이브 자체를 전시 소재로 삼았다.

참여한 작가 최하늘, 이경민, 문상훈&아장맨, 루인, 김세형(AJO)은 수개월 동안 퀴어락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물을 작품으로 내놓았다. 퀴어락 자료들을 담는 책장과 선반, ‘선데이서울’에 보도했던 성소수자 이미지를 활용한 패션 디자인 등이 있다. 지하 공간에는 서울 마포구 ‘별관’에서 열렸던 ‘레즈비언’ 전시 영상 기록물도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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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운 건 전시장 속 아카이브에서 만나는 개인의 이야기들이다. ‘성소수자’에 관한 추상적 정의가 아닌 구체적 사례가 펼쳐지면서, 그것이 승인·거부의 문제가 아닌 실존하는 사실임을 담백하게 드러낸다. 다음달 2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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