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김정태 3연임때 극한 충돌…최흥식 전 원장 낙마하기도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홍정규 기자 =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자료 삭제 문제를 두고 금융감독원과 KEB하나은행이 다시 한번 충돌하고 있다.
지난해초 김정태 하나금융회장 3연임 문제를 두고 극한 대립하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낙마로 마무리되면서 금감원이 품었던 구원(舊怨)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검사전) DLF 자료 삭제 문제는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면서 "이번 DLF 사태와는 별개로 다룰 문제로 보고 있다"고 13일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금감원의 DLF 검사 이전인 지난 8월 관련 전산자료 상당 부분을 삭제했다.
삭제된 자료는 금감원 검사에 대비하기 위해 열린 내부 회의 자료, 판매 관련 통계자료 등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은 "현황 파악, 내부 참고용으로 보관할 필요가 없어 삭제한 것으로 검사 계획이 확정·발표되기 전에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금감원은 '증거 인멸'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이 지난 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2018년) 채용 비리 때에도 검사에 앞서 전산자료를 삭제했던 하나은행이 불완전판매를 감추기 위해 또 조직적인 행동을 한 것"이라며 엄중조치를 요구하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금감원 내부에선 하나은행의 이번 DLF 자료 삭제는 감독당국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판단하는 시각이 강하다.
2018년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3연임을 두고 벌인 극한 갈등 결과 최흥식 전 원장이 사퇴한 뼈아픈 기억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
금감원과 하나금융 간 갈등은 2017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 금감원장이 금융지주사 회장 선임 과정이 '셀프연임'이라고 비판하면서 김 회장을 겨냥하면서부터다.
두 금융당국 수장은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자신들만의 '참호'를 파고 연임을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2018년 1월 하나금융 회추위에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하나금융 회추위는 이를 무시하고 일정을 강행했다. 이후 아무 일 없었던 듯 김 회장의 3연임을 관철시켰다.
직후 금융당국은 하나은행의 채용 비리 문제를 제기했다.
금감원이 2개월에 걸쳐 검사를 벌인 끝에 하나은행에서 총 13건의 채용 비리 의혹과 특별관리 지원자를 분류한 VIP 리스트 등을 확인해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채용 비리 검사 때에도 하나은행은 관련 자료를 미리 삭제한 바 있다. 금감원은 금융보안원 도움을 받아 하나은행의 클라우드 시스템에서 자료를 복원했다.
직후 최 전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지인 자녀의 하나은행 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터지면서 결국 낙마했다.
당시 최 전 원장의 채용 특혜 의혹은 하나은행 내부에서 흘러나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쉽게 말해 하나금융의 반격이었다는 것이다.
최종구 전 위원장이 2018년 3월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제보가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경영진들도 제보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을 정도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최 전 원장의 사의 표명, 대통령의 사표 수리로 일단락됐다.
올해 2월에는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3연임을 포기하면서 하나금융과 금감원이 잠시 해빙 무드에 접어든 바 있다.
금감원이 하나금융지주[086790] 사외이사 3명을 면담하면서 함 행장의 3연임에 대한 지배구조 리스크 문제를 경고한 이후 하나금융이 지성규 당시 부행장을 새 행장으로 선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DLF 사태로 갈등은 다시 불거지는 분위기다.
지난 9월 윤석헌 금감원장이 은행연합회 주최 은행장 만찬 간담회에서 DLF 관련 사태에 대해 쓴소리를 했지만 정작 DLF 사태 중심에 선 손태승 우리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이 자리를 피했다.
손 행장의 경우 사전 양해를 구했지만 지 행장은 은행연합회 이사회까지 참석 후 '급한 일정'을 이유로 예고 없이 자리를 떠 금감원을 당혹케 했다.
spe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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