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의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돼지 살처분용 탄산가스를 실은 차량이 발생 농장으로 향하기 전 소독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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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동안의 ‘휴지기’ 끝에 지난 9일 경기 연천군 농장에서 14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나오자 방역당국이 또 다시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존 발생 농장에서 차량 등을 통해 ‘2차 전파’가 이뤄진 것이라면, 다른 농장에서도 수일 내에 연이어 돼지열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시점을 ‘위험 시기’로 규정하고 연천군 내 모든 돼지를 수매 또는 살처분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연천군 내 비육돈을 우선 수매하고 남은 돼지 전량을 살처분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앞서 정부는 경기 파주시와 김포시에 대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하면서, 연천군은 그 대상을 지난달 발생 농장에서 반경 10㎞로 제한했다. 하지만 9일 연천군에서 두 번째 확진 판정에 나오자 연천군을 바이러스 오염 지역으로 판단, 특단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지난달 기준 연천군 내 사육돼지는 총 14만9,900마리로, 앞서 전량 살처분 또는 수매 결정이 내려진 인천 강화군(4만3,600마리) 경기 파주시(5만7,800마리) 김포시(1만8,100마리)를 합친 것보다 많다.
아울러 정부는 연천군과 인접한 강원 북부(화성ㆍ양구ㆍ인제ㆍ고성)에 대한 방역 조치를 13일부터 강화한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 32개 농장에 대해 3주간 매주 정밀 검사를 실시하고 울타리 설치 상태를 점검한다. 또 축산차량은 앞으로 지정시설만 이용하도록 통제할 계획이다.
방역당국이 연천군 발생 농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2차 전파에 대한 우려 탓이다.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기존 발생 농장에서 차량으로 연천군 농장에 전달된 것이라면, 마찬가지로 차량이 출입했을 농장 수십, 수백 곳에서도 돼지열병이 발생할 수 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2차 감염이라면 한 군데서만 바이러스가 나오진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2, 3일간 추가 발생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돼지열병으로 인해 내려졌던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 해제되면서 2차 전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는 “이번 발생 농장은 이전과 달리 차량이나 사람을 통한 전파로 추정된다”며 “이동제한 조치가 시행과 해제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무분별한 이동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언제 또 출하가 막힐지 모른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더 많은 차량 움직임이 있었다는 얘기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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