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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曺일가 휴대폰·금융계좌 영장도 잇단 기각… “법원 판단 의구심” ['조국 정국' 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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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동생 영장기각 후폭풍… 비판 목소리 고조 / 웅동학원·사모펀드 의혹 수사 영장 / 그동안 수차례 기각… ‘수사제동’ 지적 / “법원 판단 정치적 해석 안 돼” 목소리도 / 증거 확보·피의자가 혐의 인정 땐 / 명 부장판사, 대체로 영장 기각해

세계일보

사진=뉴스1


웅동학원 채용비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52)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란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조 장관과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 등 관련자 휴대전화·계좌기록 압수수색영장도 잇달아 기각되자 “법원 판단에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법관과 재판의 독립성 보장 차원에서 과도한 정치적 해석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전날 조씨의 영장을 기각하자 “결과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민들의 전화가 법원에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그럴 만하다”며 “여러 법조인이 구속을 기정사실이라 봤는데 자고 일어나니 기각돼 있더라.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했다. 부산 지역의 한 변호사도 “대체 왜 영장이 기각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면 다른 법관이 발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단순히 검찰 수사가 지연되는 게 문제가 아니다”면서 “사건을 속히 마무리해 사회 갈등을 봉합하는 것도 그만큼 늦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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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 다수가 명 부장판사의 결정을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는 조씨의 혐의가 가볍지 않고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자 증거인멸을 주도해서다. 조씨는 가족이 운영하는 웅동학원 사무국장으로 근무 당시 한 사람당 1억원씩 총 2억원을 받고 교사직을 판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도 않은 테니스장 공사대금 100억원을 달라고 웅동학원을 상대로 기획 소송을 한 혐의도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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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웅동학원 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모(52)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조씨는 수사가 시작되자 돈 전달책 등 공범 2명에게 “해외에 도피해 있으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영장실질심사 하루 전에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심문기일을 바꿔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그는 부산 지역의 한 병원에 입원해 수술할 것이라 했다. 그런데 막상 검찰이 지난 8일 구인영장을 발부받아 병원에 찾아가니 거동에 문제가 없었다. 수술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태였다.

한 검사는 “조씨가 영장심사를 포기한 건 달리 부인할 말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면 보완하면 되지만, 이번 결과는 검사로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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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을 받는 조 장관 남동생 조모씨가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씨의 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이 조 장관 가족 의혹 수사 과정에서 청구한 각종 영장이 기각된 점도 수사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판사를 지낸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 교수의 금융계좌 영장을 발부해 계좌추적을 해야 했다”고 했다. 조씨의 영장이 기각된 건 명 부장판사가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둘 중 하나다. 압력을 받고 기각했거나 (명 부장판사가) 알아서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 장관 휴대전화는 국정 비밀 등이 있을 수 있어 기각할 수 있지만 정 교수의 영장이 기각된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법원의 판단을 정치적으로 해석해 비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의 금융계좌는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마지막까지 보호돼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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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는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한 점을 영장 기각 사유로 밝혔다면, 법원 역시 해당 혐의가 소명됐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라며 “단순히 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수사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한 중견 변호사도 “법리적 판단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누구도 판결을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구속·통신·계좌영장 청구를 무분별하게 해 수사편의주의적 사고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명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으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고,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 대체로 영장을 기각해 왔다. 지난해 12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된 고영한 전 대법관이나 올해 4월 동거녀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 이모씨 등 사건이 대표적이다.

배민영·유지혜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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