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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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법안들을 포함해 정치 현안에 머리를 맞대겠다는 취지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가 합의한 ‘정치협상회의’가 첫 발을 떼기도 전에 반쪽으로 전락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첫 회의 불참을 통보하면서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라, 여야가 결국 ‘대화 없는 대치’로 향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는 정치협상회의 일정을 둘러싸고 10일 정반대 목소리를 냈다. 지난 7일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모임인 초월회에서 문 의장이 해외 출장을 떠나는 13일 이전에 첫 회의를 열기로 의견을 모은 데 따라, 의장 측이 11일 개최를 제안한 게 발단이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내 정책조정회의에서 “여야는 11일 정치협상회의를 가동해 사법과 정치 분야 개혁안에 대한 논의를 착수키로 했다”며 이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의장 순방 전 회의 개최’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참석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초월회 때 저는 충분한 준비를 거쳐 의장 순방 뒤에 하면 좋겠다고 분명히 말씀 드렸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 측은 이미 잡혀있는 일정이 있어 11일 참석이 어렵다고 의장 측에 답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첫 회의는 4당 대표만 참석한 채 열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야 입장이 단순히 일정을 놓고서만 갈리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큰 틀에서 협치를 해나가자는 뜻에서 정치협상회의 가동에 찬성한 것”이라며 “패스트트랙은 원내 문제지, 대표들끼리 합의할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앞서 한국당은 여야 4당이 8월 말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거법 개정안 의결을 강행하자 “앞으로 패스트트랙 진행 과정에서 일체의 정치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황 대표가 정치협상회의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협상에 나서기로 입장을 바꾼 것이란 해석이 나왔지만, 거부 방침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야 4당 대표들이 7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초월회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문 의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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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정치협상회의 의제가 패스트트랙 법안 논의라면, 황 대표는 앞으로도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광장 정치’에 밀린 ‘여의도 정치’를 되살리겠다면서 가동키로 합의한 회의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향후 전격적으로 패스트트랙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문 의장의 결정에 따라 사법개혁안이 이달 29일 본회의에 부의되는 데다, 사법개혁안과 연동돼 있는 선거법 개정안도 내달 27일이면 자동 부의돼 표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현 선거법 개정안이 아무 수정 없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 의석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게 산술적인 전망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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