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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러시아부터 트럼프까지…가짜 민주주의의 현실적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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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뉴스1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뉴스1


(서울=뉴스1) 이영섭 기자 = '20세기를 생각한다' '폭정'에서 민주주의 위기를 경고했던 저자는 푸틴의 장기집권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까지의 과정을 훑으며 러시아가 민주주의로 가장한 신권위주의를 어떻게 부활시키는지 치밀하게 추적한다.

책은 정치철학, 포퓰리즘, 이념 등을 고리로 살피는 추상적 접근을 시도하지 않고, 푸틴 러시아라는 구체적인 체제, 이로 잉태되는 세계정세를 분석한다.

그래서 미국에서 진행됐던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 논란의 맥락을 잘 짚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고 세계는 자유민주주의가 인류 최후의 이데올로기가 되리라는 낙관에 휩싸였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경제성장은 둔화됐고, 불평등은 확산됐으며, 세계화의 부작용은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 결함과 취약성은 그대로 노출됐으며, 권위주의 후계자들은 이를 쉽게 활용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신권위주의 주역이자 시발탄으로 푸틴, 신흥재벌 올리가르히 등 러시아 체제를 꼽는다.

왜 푸틴이고, 푸틴은 왜 러시아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 소련 해체 후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한 과도기, 소비에트공화국 대통령에 선출됐던 보리스 옐친은 다시 선거를 거치지 않은 채 러시아 대통령이 됐고, 소련의 국가재산을 불법으로 독접했던 올리가르히들은 자신의 재산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통제하기 위해 옐친을 이을 대통령으로 푸틴을 찾아낸다.

구 소련 정보기관 출신 푸틴은 1999년 발탁 당시 지지율은 2%였지만, 신흥재벌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2000년 대선에서 넉넉하게 당선된다. 2004년 재선에 성공한 푸틴은 3선이 불가능해 무명의 후계자 메드베데프에 대통령직을 넘겨주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임기 4년의 대통령직을 임기 6년으로 바꾸는 개헌을 진행한다. 2012년 예상대로 재집권한 푸틴은 2018년에 재선에 성공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푸틴의 집권을 뒷받침하는 이념은 파시즘 철학자 이반 일린의 철학. 푸틴은 교육 받은 상층계급이 무지한 하층 계급을 영적으로 인도하는 임무를 다해야 한다는 일린의 사상을 과두제 유지의 기틀로 삼았다.

이런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 구 소련 해체후 러시아보다는 유럽연합에 기울던 우크라이나에 2103년 친러 성향 야누코비치 대통령 체제가 등장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유로마이단 혁명을 일으키며 친러 정책에 반기를 들자 러시아는 침공을 감행한다.

침공과정에서 두드러진 분야는 정보전. 전쟁 역사상 가장 정교한 전술로 평가될 정도로 눈부셨다. 러시아 군인을 투입했음에도 부인으로 일관하고,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중앙행정기관 송전소 등 국가기간을 해킹해 무력화시는 사이버공격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사이버전,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쟁'의 실효성을 확인한 러시아는 다음 타깃으로 유럽연합을 겨냥한다.

2016년 베를린에서 13세 러시아계 독일소녀가 난민들에게 집단강간을 당했다는 가짜뉴스가 러시아방송을 필두로 세계로 퍼져나가며 메르켈은 큰 타격을 받는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유포된 가짜 뉴스들의 상당수 출처는 러시아였다.

책은 이어 푸틴의 러시아와 트럼프 간 관계로 시선을 옮긴다. 뉴욕시 5번가 화려한 빌딩 트럼프타워 내 호화아파트 3분의 1은 구 소련 출신 사람들이나 단체가 2000년 전후로 사들였다. 2004년 파산한 트럼프에게 유일하게 대출해준 은행은 도이체방크였는데, 이 은행은 자금을 세탁하려는 러시아 부호들의 단골 은행이었다. 대선 직전 트럼프는 "푸틴은 도널드 트럼프를 사랑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트럼프 대선 출마 후 러시아 사아버전 전문 중추인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는 미국부를 증설하는 등 규모를 확대한다. 90명 정도의 신입직원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현장 근무를 시작했고, 미국에도 다른 직원들을 파견했다.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는 힐러리를 겨냥하는 가짜뉴스를 대거 살포한다.

정교한 가짜 뉴스가 사방에서 몰아치고, 현재의 불평등과 미래의 불확실성이 엄습할 때 민주주의로 가장한 권위주의에 이끌리기 쉽다. 또 사회는 진보하고, 번영은 계속될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과 확신도 권위주의의 토양이 될 수 있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권위주의를 이길 처방으로 '역사'를 제시한다. 우리가 역사를 있는 그대로만 본다면 역사 속에서 우리가 놓인 자리가 어디인지, 나아가 우리가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럴때 우리는 가짜 민주주의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고 불확실한 미래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 도둑정치, 거짓 위기, 권위주의는 어떻게 권력을 잡는가 /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 유강은 옮김 / 부키 / 2만원
sosab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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