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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인터뷰] 엄태구 "`판소리 복서` 이상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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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엄태구가 이상하고 독특한 조합의 `판소리 복서`가 좋았다고 말했다. 제공|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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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요즘 병구와 많이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고 말한 배우 엄태구(36). 실제의 그는 어수룩하고 엉뚱하지만 진지한 ‘판소리 복서’의 병구 그 자체였다.

엄태구는 코미디 영화 ‘판소리 복서’(감독 정혁기)에서 과거의 실수로 체육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던 전직 프로복서 병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단편 영화 ‘뎀프시롤:참회록’(2014)을 장편으로 만든 ‘판소리 복서’는 병구가 자신을 믿어주는 든든한 지원군 민지(이혜리 분)를 만나 잊고 있었던 미완의 꿈 ’판소리 복싱’을 완성하기 위해 가장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은 신박한 휴먼 드라마다.

엄태구는 “단편부터 팬이었는데 장편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알고 있었고 대본이 제게 왔을 때 기분이 좋았다. 기대하며 읽었는데,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판소리와 복싱의 만남이 이상하지는 않았을까. 그는 “이상해서 좋았다. 웃기면서 슬프기도 하고 ‘쟤네 뭐하지?’ 싶었다. 그런 독특한 게 제 취향이었나보다. 그래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판소리 복서’의 병구는 뇌세포가 손상되는 펀치드렁크(punchdrunk) 진단을 받는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연기하기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엄태구는 “감정 잡기 어려웠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매 신을 찍을 때 제일 크게 생각한 건 전 상황이다. ‘병구가 전에 뭐 했지’를 가장 크게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면 덧붙인다든가 그런 식으로 접근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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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가 `판소리 복서`에서 호흡을 맞춘 혜리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제공|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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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는 이번 작품을 위해 촬영 전 매일 복싱을 5시간씩 연습했다. 이로 인해 어깨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는 “열심히 재활했다. 지금은 괜찮다. 안 하던 사람이 매일 복싱을 하니까 무리가 왔다. 몸 안에서 염증이 났다. 아직 젊은 편이라 그런지 쉬니까 괜찮아지더라”고 말했다.

촬영이 끝난 후에도 복싱을 하냐는 질문에 엄태구는 “종료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선수들이 대단하다. 물론 전 짧게 했지만, 진짜 힘들었다. 일단은 코치님이랑 목표를 높게 잡았다. 선수들이 보기에도 자세가 진짜 같고 프로복서가 됐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 목표로 촬영 전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이혜리와 멜로 호흡을 펼친 엄태구는 “혜리와는 좋았다. 밝은 에너지로 현장에서 웃음과 그런 영향을 줬고 캐릭터 안에서 밝음을 준 것 같아서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혜리 덕분에 저도 그렇고 병구도 그렇고 업 되는 느낌이 있어서 좋았고 감사했다”고 밝혔다.

극 중 호흡을 맞춘 강아지 이야기가 나오자, 절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강아지를 좋아한다. 세 마리를 안고 있는 장면에서는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병구와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는 그는 “제가 사회 생활할 때 나오는 모습이 병구와 비슷한가 보다. 그럴 수 있다”고 밝혔다. 병구처럼 이성이 어렵냐는 질문에 “어렵다”고 답했다. 이상형을 묻자 “밝은 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연애와 결혼에서도 입을 열었다. 엄태구는 “지금 만나는 사람은 없다. 결혼하고 싶다. 결혼한 친구들에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특별한 건 없고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수줍게 털어놨다. 딕션을 위해 성경을 매일 읽는다고 밝힌 그는 배우자 기도도 한다며 엉뚱하고 진지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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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제공|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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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작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엄태구. 그러나 그 역시도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는 두렵기도 하다고. 그는 “재미보다는 두렵고 떨림이 크다. 그걸 저지르기 위해 끙끙 앓는다.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그 순간에는 재미가 있다”고 고백했다.

특히 주로 악역을 많이 한 그는 “악역을 할 때는 안에 화를 가지고 있는 게 지칠 때도 있다. 부드러운 연기를 할 때는 그런 부분이 자유로워서 좋았다”며 “누군가를 웃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비우려고 노력했다. 병구의 삶을 진실 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판소리 복서’에서는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서도 다룬다. 그는 “시대가 바뀌고 사라지고 잊힌다는 대사가 인상 깊었다. 모두가 사라진다는 게 온몸으로 와닿았다. 어린 시절도 떠오르고 키우던 강아지나 부모님도 그렇고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면서 두렵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지더라”고 고백했다.

사라져 가는 세상에서 그는 어떻게 기억되고 싶을까. 엄태구는 “좋게 기억되면 좋겠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 그게 제 직업이니까 잘하고 싶고 그렇다.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일단 지금은 그렇다”고 말했다.

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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