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 추경예산 집행률 고작 0.1%뿐
0.1%.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의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술개발지원’ 추가경정 예산 집행률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격으로 8월에 배정이 결정된 예산이지만, 아직 거의 집행되지 못했음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중기부에서 받은 자료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이 수치가 중소기업에 관련 지원이 필요 없다는 근거는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1002개 소재·부품 및 생산설비 제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 기술 구현수준 및 기술개발 관련 애로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 기업들은 자사 기술력이 일본 기술력의 89.3% 수준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국내 기업 기술력이 더 앞섰다고 본 중국(115.0%)뿐 아니라 미국(96.4%), 유럽(86.8%) 등지보다 일본과의 기술력 격차가 크다는 인식이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당장 소재·부품 중소기업에 장기적으로 대처해야 할 과제를 던졌다. 단기 금융지원이나 컨설팅 같은 대증적 방식으로 해소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국산화 전략을 세우고 각종 시험 과정을 견딘 뒤 실제 납품처를 찾아내 양산 역량을 입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과업이란 뜻이다. 일본 수출규제 직후 정부가 추경 예산 편성, 대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하는 와중에도 중소기업들이 “국산화가 가능한 품목이 제한적이고, 국산화를 해도 국내 대기업 공정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면서 “소재·부품 분야를 발전시키려면 경제 체질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저하는 이유다.
정부의 기업 지원은 일단 장기화 태세로 전환 중이다. 사태 직후 ‘일본수출규제 애로신고센터’ 지역 설치를 주도했던 중기부는 50여건의 애로가 전국적으로 접수된 뒤 실태조사로 대응 방식을 바뀌었다. 7000여개 기업을 실태조사해 150개사를 별도로 특별관리하는 방식이다. 우리 중소기업과 거래하던 일본 거래선들이 갑자기 거래를 주저하는 식으로 은밀하게 수출규제 여파가 미치거나, 일본 당국이 향후 어떤 품목에 대해 언제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할지 불확실한 상태가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공포가 된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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