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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칠레 와인에 절대 못 져” 자존심 구긴 미국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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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와인 ‘켄달 잭슨’으로 유명한

잭슨패밀리와인의, 크리스토퍼 잭슨

칠레 와인 강세인 한국에 도전장

“가볍게 마실 것으로는 칠레산, 조금 특별한 날엔 프랑스산”

오랜 애호가가 아닌 이상 한국에서 와인 선택에 보통 이 공식을 따른다. 세계는 넓고 와인은 많지만, 판매 패턴을 보면 이렇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8000억원에 달하는 한국 와인 시장에서 판매되는 와인의 40%는 칠레산, 15%는 프랑스산으로 각각 1, 2위다. 하지만 매출액으로 따지면 순위는 뒤집힌다. 한국식 와인 고르기 공식 적용 결과다. 미국 와인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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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와인 캔달 잭슨으로 유명한 잭슨 패밀리 와인즈의 크리스토퍼 잭슨이 한국을 찾았다. 캘리포니아 와인을 알리는 것이 목표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아영F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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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 미국 와인의 자존심, ‘잭슨 패밀리 와인’의 후계자 크리스토퍼 잭슨(30)이 한국을 찾아 도전장을 내밀었다. 창업주인 제시 잭슨(1930~2011)의 아들인 그는 “한국 프리미엄 와인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자신했다. 칠레 와인 지배력이 강한 한국에 미국 와인의 존재감을 심겠다는 각오다. 두 살 때 와인을 한 두방울씩 맛보기 시작하고 열 한살부터 와인을 만들어봤다는 그는 UC버클리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최근 가족 사업에 합류했다.

Q : 한국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칠레 와인 점유율이 매우 높다. 미국 와인은 어떤 경쟁력이 있나.



A : “한국에서의 칠레 와인의 지배력이 정말 특이한 현상이다. 미국에서도 잘 팔리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우리도 칠레에서도 와인을 만들어보았고, 특징을 잘 안다. 캘리포니아 와인이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한국 소비자는 캘리포니아 프리미엄 와인으로 보다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와인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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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캔달 잭슨와인 본사. 캘리포니아 화이트 와인의 대표 격인 '켄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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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패밀리 와인은 1982년 변호사인 제시 잭슨이 ‘켄달 잭슨’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로버트 몬다비가 나파밸리를 대표하는 미국 와인이라면, 잭슨 패밀리 와인은 소노마 카운티 ‘대표 선수’다. 현재는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프랑스 보르도, 호주 등 세계 각지에 와이너리(35곳)를 소유하고 있고, 켄달 잭슨 외에도 와인 브랜드가 40개가 넘는다. 짧은 역사에도 축복받은 캘리포니아 기후 덕에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한다는 평가다. 최근엔 물 사용량을 대폭 줄인 친환경적 와인 생산에도 앞장서면서 더욱 주목받는다. 크리스토퍼 잭슨은 “와인 생산자에 지구의 환경, 커뮤니티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고민할 의무가 있다”며 “공동체 일원으로 지속가능한 생산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Q : 한국 시장에서 구체적 매출 목표가 있나.

A : “우리는 미국 와인 시장의 약 8%를 차지하는 와인 기업이다. 풍부한 (와인) 포트폴리오를 갖춘 만큼 지금보다는 한국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한국의 주류 유통망이나 파인 다이닝(고급 외식) 흐름에도 관심이 있다. 한국에서도 프리미엄 와인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다. ”

Q : 세계에서 가장 큰 와인 시장인 미국에서 이미 성공적인데, 글로벌 시장으로 나오는 이유는.

A : “미국은 크지만 그래도 세계 인구의 4.7%밖에 되질 않는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우리 와인이 존재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난 세계 시민의 일원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권 우리 와인을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잭슨 패밀리 와인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 중 하나다. 캔달 잭슨만 연간 450만 박스(12병)가 판매되면서 직원 800명으로 연간 매출은 5억 달러(약 6000억원)를 올린다. 한국에서는 켄달 잭슨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 ‘레이디 가가의 와인’으로 소개되면서 연간 4만5000병을 판매하고 있다.

90년대 일찌감치 상장된 로버트 몬다비 와인과 달리 가족 경영을 고집해 왔다. 잭슨 패밀리의 자산 역시 상당하다. 미국 내에서만 3만 에이커(121. 4㎢)에 달하는 포도 재배지를 소유하고 있다. 2015년 포브스는 이들의 자산을 24억 달러로 추정했다.

Q : 가업을 잇고 있는데 와인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A : “두 살 때부터 와인 맛을 보기 시작해 열 한살 때부터 와인을 만들었다. 와인 비즈니스 밖에 있는 나를 상상하면 왼쪽 팔이 잘려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잭슨 일가는 와인에서 떨어져 생각할 수가 없다.”

Q : 와인 일을 하기로 일찍 마음을 먹었다고 했는데 왜 전공은 법을 택했나.

A : “변호사가 되려고 법을 공부한 게 아니라 가족의 유산(legacy)을 지킬 의무가 있어 법을 공부했다. 법은 미국 자본주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 포춘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 중 법 전공자는 비즈니스 전공자만큼 많다.”

Q : 가족 경영을 하면서 각각 역할을 어떻게 나누나. 충돌은 없나.

A : “결국엔 어머니가 보스다. (웃음) 난 회사를 대외적으로 대표할 일에 많이 관여한다. 특별한 직함은 없다. 누나 셋은 각각 재무와 마케팅, 지속 가능성, 대관 업무 등을 하며 나보다는 실무적인 일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고정된 역할은 없다. 또 우린 굉장히 유능한 전문 경영진의 도움을 받는다. 잭슨 패밀리 와인이 기업으로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은 창업주 가족이 관여하는 동시에 직원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노력했기 때문이다.”

Q : 그래도 가족끼리 이견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

A : “민주적으로 해결한다. 주로 내가 대다수에 반하는 의견을 낸다. 가족이 함께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매우 복잡할 수 있지만, 재밌다. 그리고 원칙 우선시하기 때문에 결국엔 의견 일치를 본다. 우선 지켜야 할 것은 품질이다. 그리고 기업으로써 지속가능성과 기업윤리도 중요하다. 기업 윤리를 지켜 소속된 공동체에 이로워야 한다. 원칙과 목표가 확실하기 때문에 이에 도달하는 방법을 토론하는 것은 힘들지 않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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