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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가슴으로 읽는 동시] 단풍나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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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에게 몰랐다 정말 몰랐다 손으로는 예쁘게 가을 산 칠하고 있지만 바싹바싹 타는 입술과 야위어만 가는 속마음은 정말 몰랐다 단풍나무야 미안하다

ㅡ이창건(1951~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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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꽃 같은 단풍 앞에선 '아, 예뻐. 아, 황홀해' 감탄을 쏟아내게 된다. 아름다움에 푹 빠져서다. 그런데 모른다. 아름다움 뒤에 아픔이 있는 줄은. 단풍의 '바싹바싹 타는 입술'과 '야위어만 가는 속마음'은 보지 못한다. 고통 끝에 아름다움이 지어졌음을. 아, 미안해. 단풍의 화려함만 보던 마음이 깜짝 놀란다. 예쁜 얼굴에만 취해 손뼉을 쳐댔으니. 잎들은 찬 바람과 기온 차이에 스트레스를 받아 물든단다. 애태운 '단풍나무야 정말 미안해.'

이 시 4·5행의 어른 정서가 어린이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나머지 표현은 동심으로 감싸 공감 쪽 길을 열어 두었다. 사물을 예쁘게만 보기보다 이면에 숨겨진 고통이나 아픔 같은 또 다른 세계를 보게. 마음 성장의 거름을 삼으라고 시가 종을 친다. 설악산엔 벌써 고운 단풍이 당도했단다.

[박두순 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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