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한국업체 통한 ‘군사건설 계획 초안’ 제출 안 해… 전용 우려 고조 / 美 국방예산 비어 있고 계획 전무 / CP탱고·군산격납고 건설 허공에 / 韓에 건설비 떠넘기기 의혹 ‘솔솔’ / 송영길 “명백한 조약상 의무 위반 / 반발 우려 11차 이후로 미루는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뉴욕 인터콘티넨탈 뉴욕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으로 비(非)한국업체를 통해 주한미군 시설을 지으려면 지난 4월까지 우리 정부에 ‘군사건설 5개년 계획 초안’을 제출해야 했지만, 5개월을 넘긴 9일까지 이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향후 5년 내 방위비분담금으로 주한미군 시설을 짓게 되면 조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군사시설 건설에 방위비분담금을 투입하는 문제는 진행 중인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4일 남부 ‘국경장벽’ 건설에 국방예산(36억달러·약 4조3450억원)을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이 조처로 건설이 연기·중단된 해외 미군시설 명단에는 주한미군의 민감군사정보시설인 경기 성남시 소재 CP탱고(1750만달러·약 209억원), 군산격납고(5300만달러·약 634억원)가 포함돼 있다.
절차가 진행되면 두 시설을 짓기 위한 미국의 국방예산은 비게 된다. 그간 한국에 두 시설의 건설 비용을 떠넘기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10차 SMA에서 미국 업체를 통해 방위비분담금으로 미군 시설을 건설할 길이 열리면서 의혹은 짙어졌다. 9차 SMA에선 일정 조건 하에서 방위비분담금을 이용해 미군 군사시설 건설에 현금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10차 SMA 이행약정은 다만 비한국업체를 통한 군사건설은 군사적 필요성과 자금 부족 사정이 인정되고 양국 간 협의와 합의가 있을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또 해마다 4월30일까지 미국이 한국 국방부에 사업설명서와 함께 건설 사업 목록을 포함한 군사건설 5개년 계획 초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외교통일위원회)의 문의에 국방부는 미국이 현재까지 이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현재 이 조항을 원용해 미국과 진행 중인 미군 시설 건설 협의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대로라면 미 예산은 전용되고, 향후 5년간 방위비분담금으로 짓는 건설 계획도 없어 두 시설 건설이 허공에 뜬 것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3월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CP탱고, 군산격납고보다 국경장벽 건설이 더 시급하느냐는 질문에 “확실히 이 두 시설은 중요하다”고 답했다. 2016년 건설이 시작된 군산격납고는 당초 올해 완공이 목표였다. 무인공격기 ‘그레이 이글’은 이미 군산에 배치된 상태다. CP탱고 역시 전면전 발생 시 지하 사령부 역할을 하는 시설이다. 미 업체 중에서도 허가받은 극소수만이 두 시설을 지을 수 있다. 미군이 두 시설 건설의 시급성을 낮게 평가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송 의원은 “두 사업은 이전부터 계획된 것인데 당초 배정된 예산이 전용됨에 따라 어디에선가는 사업비를 충당해야 하고 한국에 이를 요구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계획 미제출은 국내 반발을 예상해 11차 협상 이후로 미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자국 예산을 새로 배정할 수도 있지만, 미 국방부가 발표한 2020년 해외 주둔 미군 예산에는 주한미군 군사건설 예산이 배정돼 있지 않다. 향후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투입해 두 시설을 지으려 한다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11차 협상에서 방위비분담금으로 미 군사시설을 짓는 절차를 보다 용이하게 바꾸려 할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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