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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감 죽은 데는 안 가도 대감 말 죽은 데는 간다고 했던가. MBN '우아한 가(家)'에는 이 속담을 2019년 버전으로 재해석한 장면이 나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달 5일 방영된 이 드라마 6회에서 재벌가 'MC그룹 패밀리'가 왕회장(전국환) 사망에 초라한 장례를 치르는 비정한 모습을 드러낸 것. 반면 이들은 MC그룹 사모 하영서가 아끼는 물고기 피카소가 죽자 전세기까지 띄워가며 손님들을 초청해 '초호화 물고기 장례식'을 거행한다. 내로라하는 재계 인사들이 물고기를 향해 고개를 조아리는 것을 보고 허윤도(이장우)는 헛웃음을 터뜨린다.
부패한 재벌과 권력을 풍자한 드라마 '우아한 가'가 안방극장을 휘어잡고 있다. 첫 회 시청률 2.7%로 출발한 이 작품은 5회 3.7%로 떠오르더니 지난 2일 방영된 11회에서 7.1%를 찍는 기염을 토한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8%. 방송가에서는 이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드라마 대미를 장식하는 16회에 두 자릿수 시청률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특히 12회는 2049 시청률이 2.654%까지 오르며 MBN 역대 최고 수치를 경신했다.
'우아한 가' 인기 비결로는 장르에 집중한 연출이 꼽힌다. 미스터리 멜로드라마를 표방한 이 작품은 사주 일가의 비밀을 덮으려는 세력과 밝히려는 자들 사이에 펼쳐지는 대결 구도가 선명하다. 무엇보다도 오너 리스크를 관리하는 'TOP팀'이라는 흥미로운 조직을 설정함으로써 매화 그들의 활약상을 기대하게 만든다는 평가다.
시청자 사이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현실 풍자 장면들도 흥미를 더하는 요소다. '물고기 장례식' 외에도 '지렁이에 금가루 바르기' '재벌을 위해 얼음 위에서 맨발로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등 설정이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현실을 곱씹게 한다.
여기에 임수향, 이장우, 배종옥 세 주연의 명품 연기가 더해져 드라마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엄마가 살해당한 후 MC그룹에 대해 복수를 꿈꾸는 모석희 역 임수향은 포털 사이트 메인 페이지를 수차례 장식했다. 그가 권력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가차 없이 날리는 '사이다 독설'이 주목받으면서다.
자신을 '마약의 덫'에 몰아넣고 구속영장을 들이밀며 겁을 주는 검사 주태형(현우성)에게 모석희는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감옥 가보는 거였어. 그래서 너무 기대돼"라고 당당히 맞선다. 여기에 모석희가 "게다가 물 빠진 옥색 쿨 톤 수의가 엄청 잘 받을 걸? 난 예쁘니까"라는 말까지 덧붙이자 기세등등하던 주태형은 대꾸조차 못한다.
이장우가 연기하는 변호사 허윤도는 곳곳에서 모석희를 달래며 극에 훈훈한 감동을 가미하는 캐릭터다. 자신이 혼자라며 자조하는 모석희를 향해 "니가 왜 혼자야? 옆에서 같이 뛴 나는 뭐, 사람도 아니고 짐승으로 보이냐?"라고 위로의 말을 툭 던지는 장면은 그의 인간미를 보여준다. TOP팀 헤드 한제국 역인 배종옥은 작은 눈짓과 손짓, 여유로운 미소만으로도 카리스마를 뽐내며 미스터리 멜로 장르를 완성한다. 6화에서 전화 한 통만으로 왕 회장 심장을 멎게 만들 때 그는 감정 표현을 극도로 절제하면서도 모든 감정과 상황을 화면 밖으로 전달하는 절정의 연기력을 보여줬다.
재벌가 '판도라의 상자'를 두고 벌어지는 진실 추격전 '우아한 가'는 매주 수·목요일 오후 11시 MBN에서 방송되고 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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