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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경제신문은 내친구] 거세지는 홍콩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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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

매일경제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 시행에 들어간 지난 5일 삼수이포 지역에서 시민들이 복면과 마스크 등을 쓰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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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를 촉발한 송환법(범죄인 인도 법안)을 철회하겠다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달 4일 공식 발표한 뒤에도 홍콩 시위는 넉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줄어들었지만 폭력성은 더 짙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일 경찰이 발사한 총알이 18세 남자 고등학생의 폐를 뚫어 중태에 빠뜨린 후 홍콩 시위가 더욱 격렬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람 장관은 5일 0시부터 '긴급정황규례조례'를 발동시켜 시위대는 합법적인 집회를 할 때도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만 시위는 격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홍콩에서 격렬한 시위가 일어나는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홍콩 정부가 송환법을 사실상 폐기했는데도 시위가 더 격렬해지는 이유는.

▷홍콩 시위대의 5가지 요구사항 중 송환법 단 한 가지만 해결됐고, 나머지 4가지는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홍콩 시위대는 '5가지 요구 중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송환법 철회 외에도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경찰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체포된 시위대 석방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등입니다.

―최근 홍콩 시위의 주된 요인은.

▷시위대가 현재 가장 우선시하는 건 행정장관 직선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정장관 직선제는 2014년 대규모 시위로 번진 '우산혁명'의 도화선이었는데, 이번에 또다시 시위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홍콩 행정장관은 현행 선거제도 아래에서 중국 정부가 친중국 인사들을 후보로 선택하면, 그중에서 1200명의 홍콩 선거인단이 간선으로 뽑고 있습니다.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에 반환되기 전에도 행정장관은 영국이 직접 임명했습니다. 하지만 1997년 홍콩이 반환될 때 중국은 홍콩 시민에게 직선제를 통해 자신들의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죠. 중국은 아직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홍콩 시위대는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구호에 불과하며, 홍콩은 사실상 중국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홍콩 시위대는 거리에 '독재 정권을 종식시키자. 국민에게 권력을 돌려달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홍콩 시위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심각하다는데.

▷홍콩 시위가 넉 달째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시위가 과격한 양상을 띠면서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지난 두 달간 홍콩을 찾는 관광객·출장자 수가 작년 동기 대비 40% 급감해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후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홍콩 관광객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줄어들어 소상공인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홍콩 강경 진압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홍콩을 예의 주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국 당국이 홍콩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강압적인 수단을 쓴다면 미·중 무역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공화당 의원 21명 역시 홍콩 시위 지지 성명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0일 홍콩과 불과 10분 거리에 위치한 광둥성 선전시에 무장경찰을 보내 장갑차, 물대포를 동원한 시위 진압 훈련을 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였지만 실제 무력 투입은 꺼리고 있습니다.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홍콩 문제가 약점으로 잡히면 문제가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예전 톈안먼 무력 진압 때와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한 상황에서 섣불리 무력 진압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의 엄청난 비난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점도 중국 정부의 홍콩 시위 무력 진압 움직임을 껄끄럽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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