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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인권’ 건드리자 ‘보복’ 경고…美-中, 기싸움 ‘점입가경‘(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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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위구르족 등 인권 탄압 中관리에 비자 발급 중단

‘對中 투자제한’ 추진 소식 또다시 흘려

中, 류허에 ‘특사’ 타이틀 안 줘…‘빅딜론’ 美압박

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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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베이징=신정은 특파원] 중국과 미국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이틀 앞두고 양국 간 기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양국이 핵심쟁점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 합의(빅딜)와 중국 산업정책 개혁 등을 뺀 부분적 합의(스몰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건드렸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고 협상팀의 미국 방문 일정도 단축했다. 양국이 서로를 압박하면서 무역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美, 신장위구르 인권침해 中 공무원에 비자제한 조치

미국 국무부는 8일(현지시간)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족 등 이슬람 소수민족의 인권침해에 관여한 중국 공무원들에게 비자 발급 제한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AP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신장 서부에서 위구르족과 카자흐족 등 이슬람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구금과 학대에 책임이 있거나 공모한 것으로 보이는 중국 정부 관리와 공산당 간부들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을 예정이다.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중국은 신장에서 종교와 문화를 없애기 위한 잔혹하고 체계적인 캠페인으로 백만 명 이상의 이슬람 교도들을 강제로 억류했다”며 “중국은 신장에서의 탄압 활동을 끝내고 임의로 구금한 모든 사람을 석방하며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 이슬람 교도들에 대한 강요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발표는 미 상무부가 신장 위구르 자치지역의 이슬람 소수민족 인권탄안에 연루된 중국 정부 기관·기업 28곳을 제재 목록에 올린 지 하루 만에 추가로 이뤄졌다.

전날 제재 대상에는 자치지역 인민정부 공안국과 19개 산하 기관, 감시카메라 제조업체 하이크비전을 포함해 중국의 대표적 얼굴인식·인공지능 업체 등이 포함됐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미국의 자국 기업 제재 조치에 대해 “신장 위구르 자치지역 관련 제재를 철회하고, 내정간섭을 말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주권과 안전,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보복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는 의미를 내비친 것이다.

이번 조치로 오는 10~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커졌다.

로이터통신은 “많은 분석가들이 미 정부의 조치가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 주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을 훨씬 낮게 만든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中류허, ‘특사 ’직함 안달아…방미 일정도 하루 단축

미국은 아울러 공적 연기금의 중국 주식 등 대중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가 지난 1일 국가안보회의(NSC)와 재무부 등과 함께 진행한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으며 연기금의 대중투자 제한 조치가 취해지면 대중 자본통제를 향한 미국의 첫 번째 조치로서 상징적인 중요성이 있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대중 투자 차단 보도가 나오자, 이를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협상을 앞두고 다시 한 번 관련 소식을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중국 측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중국 협상팀 대표인 류허 부총리가 ‘특별 대사’ 타이틀을 달지 않는 채 회담에 나설 것이라고 썼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류 부총리에게 그 어떤 권한을 위임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미국 측에 ‘빅딜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미·일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나는 빅딜을 훨씬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대표단은 또한 워싱턴에서 1박만 하는 쪽으로 일정을 하루 단축했다. 이처럼 찬물을 끼얹은 소식이 잇따르면서 이번 협상을 기점으로 무역분쟁이 가라앉기는커녕 되레 더 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만약 이번 고위급 협상이 결렬로 귀결된다면, 당장 미국은 오는 15일부터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종전 25%에서 30%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한편 류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오는 10∼11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고위급 무역 협상을 벌인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양측이 상호존중과 평등의 기초에서 협상이 진전을 이루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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